[월드투데이] 일본경제 되살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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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를 살리는 길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결정을 필요로 한다.
미국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일본 정부가 경제회생을 위해 지금까지 취한 조치를 평가하고 추가로 필요한 조치를 촉구해야 한다.
일본경제 회생에 필수적인 조치로 세가지를 들고 싶다.
첫째 디플레이션을 중단시키는 것,둘째 금융시스템에 활력을 불어넣고 부실채권을 민간의 손에 맡기는 것, 셋째 구조개혁과 세제개편이다.
우선 디플레이션을 중단시키는 문제가 급하다.
디플레이션은 개인들에겐 소득이 변하지 않는다면 물가하락이라는 혜택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생산성과 기업가정신을 갉아먹는데다 기업재무구조를 악화시켜 고용을 줄이는 부작용을 낳는다.
일본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금융완화정책을 편 결과 지난 3월 통화량이 1년전에 비해 32.6%나 늘어났다.
하지만 양도성예금증서까지 포함한 광의의 통화량은 3.7%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3월 소비자 물가가 7개월만에 처음으로 올랐는데 이것은 좋은 진전이다.
일본중앙은행은 현재의 금융완화정책을 지속하고 필요하다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두번째 과제는 금융시스템의 정상화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기업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문제는 내재적인 문제가 표출된 것이다.
그 내재적인 문제는 바로 자본이 좀더 생산적인 분야로 흐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은행들이 이익을 낼 가능성 없는 기업에 계속 대출을 연장해주다 보니 이익을 낼 만한 기업에 돌아갈 돈이 상대적으로 줄게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이 부실기업에 나간 대출을 회수해 생산적인 기업에 빌려주는 자금운용의 개혁을 추진할 경우 자산가격을 더 떨어뜨리고 경제활동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
하지만 이것은 기우일 뿐이다.
자본이 가장 효율적인 곳에 쓰일 때 비로소 거시경제도 회복된다.
또 자산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구조조정을 하자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부실채권(부실자산)매각이 실제 이뤄질 때 자산가격이 오른다.
기업가치도 실제 구조조정이 일어날 때 오르기 시작한다.
자산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면서 시장에 내다팔지 않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또 은행에서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기구가 매입한 부실채권을 떠안고 있어서는 안된다.
가능한 한 빨리 구조조정을 해낼 수 있는 민간의 손으로 넘겨버려야 한다.
세번째 과제는 세제개편과 개혁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6월말까지 세제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이 작업을 맡는 책임자들과 얘기를 나눴지만 세율을 낮추고 과세기반을 넓히겠다는 목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자본소득이나 거래에 물리는 세율을 낮추면서 과세대상을 넓히는 것은 자산가격을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또 세금면에서만 보면 유가증권을 장기보유하는 것이 유리해 거래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배당에 대한 소득세는 일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고 실효세율을 낮춰야만 유가증권같은 자산가격을 올릴 수 있다.
자산가격을 떨어뜨리거나 거래를 둔하게 만드는 세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이 위에서 언급한 정책들을 제대로 추진하면 경제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정책의 변화나 개혁은 시장이 가장 먼저 평가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리=고광철 워싱턴특파원 g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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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글렌 허바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이 8일 일본정보(情報)가 워싱턴 내셔널프레스센터에서 '일본경제개혁'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한 강연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