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실리콘밸리, 어제와 오늘

실리콘밸리에서 '닷컴(.com)'이란 글자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새너제이와 레드우드시 등 실리콘밸리 심장부를 자동차로 둘러봤지만 '닷컴'을 회사 건물에 새겨놓은 곳은 거의 없다. 백신업체로 최근 상당한 매출과 이익을 올리고 있는 맥아피닷컴 정도가 전부였다.샌프란시스코주립대의 산짓 센굽타 교수는 "닷컴기업에 투자했다 손해본 사람들이 워낙 많아 업체들 스스로 닷컴이란 말을 쓰기 꺼려한다"며 "회사를 소개할 때 'e커머스'란 말을 쓰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우울한 소식도 들려왔다. 통신장비업체로 나스닥에 등록된 시에나(CIENA)사는 최근 전체 종업원의 22%인 6백5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굴지의 전사적 자원관리(ERP)업체인 피플소프트(PoepleSoft)의 1·4분기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세계적 정보기술(IT)업체인 IBM이 발표한 최근 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암울한 분위기에서도 따뜻한 봄햇살 속에 희망의 싹이 자라고 있었다. 응용 소프트웨어 임대(ASP)업체인 코리고(Corrigo)사는 한때 직원수가 1백65명에 달했지만 현재 18명에 불과하다. 혹독한 시련을 겪은 이 회사의 앤디 패커드하스 이사는 "지난 3년간 엄청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와도 전혀 겁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라벤더'란 꽃으로 만든 기념품을 도매상과 기업들에 판매하기 위한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한 보니 미오두초스키씨도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고객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사상 유례없는 호황과 불황의 격변을 경험한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이처럼 더욱 강하고 지혜로워졌다. 확실한 수익모델을 정하지 않은 채 비즈니스를 하려는 사람도,이런 사업에 돈을 투자하려는 자본도 더이상 없다. 이제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basic)'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산업부 IT팀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