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자) 소비성 자금 축소는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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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다음달부터 은행별 총액대출한도 배정 때 적용하는 삭감기준에 가계대출 반영비율을 현행 60%에서 80%로 높이는 한편,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을 지키지 못한 은행에 대해선 미달액의 75%를 삭감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가계대출이 지나치게 많거나 중소기업 대출을 소홀히 한 은행은 연 2.5%의 저리자금 배정몫이 줄어드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번 조치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제한,주택담보대출 축소 등과 마찬가지로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하는 동시에 시중자금 흐름을 생산부문으로 돌려 최근의 경기회복세를 보다 확실하게 하려는 일련의 대책중 하나로 이해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불과 몇달 만에 수시 입출금식 예금 또는 투신사의 MMF를 포함한 단기성 자금규모가 수십조원이나 증가했고 한때 이들 부동자금 증가율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았던 것은 아무래도 자금흐름의 이상징후로 봐야 한다.
이같은 자금흐름을 방치할 경우 예상되는 위험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경기회복이 본격화돼 인플레 압력이 가시화되는 것이다.
빠르면 올 2·4분기부터 경제성장률이 5%대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처럼 단기 부동자금이 넘치면 물가가 불안해지고 부동산투기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수출과 기업투자가 아직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데 당장 금리를 올리고 긴축정책으로 선회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은행대출을 가계부문 대신 기업 쪽으로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론 경기가 회복되는듯 하다가 곧바로 주저앉는 이른바 '이중침체' 현상을 보일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한은이 통안증권을 발행해 시중유동성을 흡수하면서도 콜금리 인상을 자제하는 이유는 우리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경기회복 추이를 좀더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통화신용정책을 '완화'에서 '중립'으로 전환하면서 금리인상을 주저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경기회복세가 본격화되지 못하고 단기간에 꺾일 경우 막대한 금액의 가계대출이 부실화돼 금융기관은 물론 우리경제에 큰 짐이 될 것은 분명하다.
어쨌든 지금의 시중자금 흐름은 상당히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책당국이 앞장서 부동자금을 생산적인 기업투자로 연결되도록 유도할 때가 됐다고 본다.
그래야 투기로 인한 거품심화와 경제왜곡을 막고 동시에 본격적인 경기회복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