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구의 'Feel 골프'] '행운의 홀을 만드세요'

얼마전 들은 얘기다. K씨에게는 행운의 홀이 있다. 그의 행운 홀은 17번홀이다. 외국이건,한국이건 어떤 골프장에서든지 17번홀에만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투지도 솟고 버디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그는 라운드할 때마다 각종 기록을 챙기는데 실제로 17번홀 스코어가 평균적으로 가장 좋다고 한다. 물론 버디가 가장 많은 홀도 17번홀이다. 한 골프장이면 몰라도 어떤 골프장이건 17번홀 스코어가 가장 좋다는 것!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 사연은 간단했고,아름다웠다. 그에겐 어린 딸이 있었는데 그 딸이 어느날 머그컵 하나를 선물했다. 딸은 아빠가 골프광이라는 것을 알았고 마침 외국여행길에서 골프 그림이 그려진 머그컵을 발견,선물한 것이다. 그 머그컵에는 '17번홀에서 버디를…'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바로 그날 이후 17번홀이 '가장 자신있는 홀'이 된 것. 17번홀에선 10?가 넘는 아주 긴 퍼팅도 떨어지곤 했다. K씨는 즐겨 그 머그컵으로 커피를 마셨는데 그 커피 내음 속으로 늘 17번홀의 명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딸이 선물한 머그컵을 딱 뭐라고 정의내리기는 어렵지만 분명 사랑의 힘이다. 17번홀에서 그만이 느끼는 딸의 격려! 그런 골프는 분명 다른 사람보다 몇배의 유리함이 있을 것이다. 자,당신의 행운 홀은 몇번 홀인가. 아직 없다면 오늘 당장 행운 홀을 정하는 게 어떨까. 행운 홀을 정하는 데 돈이 드는가,시간이 드는가. 당신은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단순히 '행운 홀을 정해 달라'고 하면 될 뿐이다. 아니면 그냥 좋아하는 숫자로 당신 자신이 정해도 좋다. 만약 당신의 가장 취약한 홀이 1번홀이라면 아예 1번홀을 행운 홀로 정하는 것도 아이디어.골프는 언제나 맘 먹기 나름이다. 한가지 생각으로 가장 취약한 홀을 단번에 가장 강한 홀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 하나의 아이디어,따뜻한 사랑 한 점이 당신 골프의 대전환점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본지 객원전문위원·골프스카이닷컴대표 hksky@golfs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