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 3부 : (5) '선거공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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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주.
주도인 보스턴의 항구에는 지난 1773년 영국의 지나친 과세에 항의, 시민들이 차를 바다에 내던진 '보스턴 차 사건'을 상징하는 배가 떠 있다.
2백30년이 지난 지금 매사추세츠에서는 또 한차례의 시민혁명이 전개되고 있다.
이번 바람의 주제는 '선거 혁명'.
지난해 제정한 '투명선거법'(clean election law)이 올해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법의 골자는 정부가 선거비용의 상당분을 부담하는 선거공영제를 도입하는 것.
데니스 케네디 매사추세츠 주정부 정치자금청 공보관은 "선거공영제의 도입은 선거부정의 소지를 줄이고 비용을 억제하자는 주민들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법의 시행으로 올해 치러지는 주지사 주대법원장 등 6개 선거에 출마하는 입후보자들은 주정부로부터 85% 정도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 대신 주지사 후보의 경우 선거자금 지출한도가 최대 3백24만달러로 제한되는 등 엄격한 규제도 뒤따른다.
개인 후원금도 1백달러로 한정된다.
기업이나 각종 단체로부터 후원금을 받고자 하는 후보는 선거공영제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정부 보조금을 받을수 없으며, 수입과 지출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 제도는 그러나 입법과정에서 상당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검은 돈'에 익숙한 정치인들이 정부 보조금으로 인해 단체기부금이 줄지 않을까 우려해서였다.
"98년 처음 주민투표로 결정하자 의회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주 의회는 올 선거예산을 아예 배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위헌소지가 있다고 연방법원에 청원까지 할 태세였습니다. 그러나 유권자의 선택을 의회가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케네디 공보관)
선거예산이 책정되지 못하자 주법원은 주정부 자산을 매각, 선거자금을 확보토록 했다.
납세자가 지방세중 1달러를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1달러 체크오프'란 제도도 만들었다.
시민단체는 이를 두고 '시민들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존 비어색 선관위원회 공보관은 "매사추세츠 선거공영제의 성공은 미국 정치에서 전혀 새로운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마치 새 시대를 향한 여명기 같다"고 찬사를 보냈다.
매사추세츠발 선거혁명은 특히 기업들의 가세로 이제 미국의 모든 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미국의 CEO들이 회원으로 있는 경제발전위원회(CED)는 최근 정치개혁에 관한 리포트를 발표, 대통령 선거에서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선거공영제를 의회선거에도 적용하자고 제의했다.
이 제도를 전국에 도입하면 기업의 정치자금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는게 그 이유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이 제도를 가장 먼저 시행한 영국은 지난해 또다시 선거법을 개정, 정당의 정책입안에도 정부자금을 지원토록 하는 등 그 대상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일본도 선거방송 지원 등 간접 형태로 선거공영제의 확산을 꾀하고 있다.
선거공영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선거공영제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 세금으로 선거자금을 부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비어색 공보관은 "선거의 평등과 기회균등의 원칙은 보장돼야 한다. 이를 위해 선거공영제는 현대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요청이자 글로벌 스탠더드를 향한 한 걸음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스턴=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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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규 정치부장(팀장) 오춘호 김형배 이재창 홍영식 김병일 김동욱 윤기동 기자(정치부) 고광철 워싱턴 특파원 강혜구 파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