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 코리아' 언제까지] 기관 매물소화 능력 약화시점서 일단락

3천억원이 넘는 외국인 매도 공세가 10일 국내증시를 추락시켰다. 이날 외국인은 3천1백93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1조2천7백67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판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3월의 전체 순매도 규모인 1조4천59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투신권 간접상품 수탁고 증가추세도 주춤해짐에 따라 국내기관의 매수여력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갈수록 거세지는 외국인 매도 공세가 언제 일단락될 지에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단계적 매도공세=외국인 매도공세는 삼성전자에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이 내다파는 물량의 8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 2월 중순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에 대한 대규모 매도공세는 차익실현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삼성전자가 35만원을 넘으면 매물을 늘리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표 참조).삼성전자 35만원 상회→외국인 매도 시작→국내기관의 매물 흡수와 주가견인의 모양새가 연출돼 왔었다. 삼성전자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분포는 다양하지만 증권업계는 대략 27만∼30만원대를 매입단가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따라 35만원 이상에서는 단기적인 차익실현의 욕구를 느끼게 된다는 것. 게다가 국내 기관과 개인이 매물을 소화해 주고 있어 가격 충격도 덜 하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물량을 털 기회로 삼는다(굿모닝증권 홍춘욱 연구위원)는 얘기다. 때문에 국내기관의 매물소화 능력이 약화되는 시점에서 역설적으로 외국인 매도공세가 일단락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한국 주식시장의 업그레이드' 또는 '미국시장과의 디커플링(차별화·decoupling)'이라는 기대에 찬 상승논리가 그동안 국내증시에 만연됐었다. 하지만 외국인도 과거의 패러다임,즉 지수 500에서 1,000까지의 등락이라는 사이클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미래에셋 이정호 연구위원)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한국시장이 여전히 '작은' 이머징마켓의 하나일 뿐이고 삼성전자도 세계적인 IT기업의 실적과는 무관하게 독야청청할 수 없다는 시각이 외국인 사이에서 아직도 강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기술주들에 대한 실적악화 우려감이 짙어지고 미국 뮤추얼펀드의 자금유출도 지속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비중을 계속 높게 가져가기에는 부담이라는 얘기다. 최대 10조원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의 올 영업이익 규모가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삼성전자 이외의 종목에 대한 외국인 매매에 주목=굿모닝증권 홍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순매도 기조는 99년 중반처럼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외의 주요 옐로칩들도 역사점 고점을 돌파함에 따라 차익실현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LG화학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화재 하나은행 현대차 등 업종 대표주들의 매도 규모를 늘렸다. 미국의 경기회복 강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내 수출주들에 대한 기대도 지나치게 선반영됐다는 게 미래에셋 이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그는 "셀코리아(sell-Korea) 여부의 판단은 올들어 외국인이 매수강도를 높였던 전통 제조업체들에 대한 매도가 지속되는 지를 지켜본 뒤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