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주택] '일산 풍동 민마루주택'..지친일상 감싸주는 또하나의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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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가끔씩 자연속에 포근히 안긴 멋진 전원주택을 동경한다.
일상의 무게에 지쳐 기운이 빠질 때는 더 진하게 스친다.
집 주위에 가득찬 자연향이 퇴근길 지친 몸을 감싸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바램이 도시살이가 힘들 때는 더욱 간절하다.
사람들의 이런 바램이 짙어지면서 90년대초반부터 서울 수도권에는 전원주택이란 이름의 집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다.
국적불명 통나무와 외국의 싸구려 목조주택을 도용한 설계도 몇장으로 벽돌 찍듯 생산됐다.
순박한 시골 자연을 배려하거나 집주인을 생각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저급한 상술로 탄생한 집들은 결국 사람과 자연 모두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누가뭐래도 좋은 집의 기본조건은 거주자의 형편과 주변환경간에 서로 궁합이 맞아야 한다.
특히 도시 변두리나 자연녹지에 들어선 집이라면 이같은 기본조건이 매우 중요하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풍동에 들어선 "민마루주택".
도시 변두리 전원주택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괜찮은 본보기중에 하나다.
민마루주택은 일산 신도시와 그리멀지않은 야트막한 야산자락에 위치해 있다.
이 집이 들어선 마을이름이 민마루여서 집이름도 자연스럽게 민마루주택이라고 지었다.
집주인은 건축설계를 하는 건축가다.
자신이 기본개념을 잡고 직원들과 함께 설계를 했다.
중이 제머리 못 깍듯 건축가가 자기집을 설계한 경우는 흔치않은게 건축계 관행이라는데 그렇게본다면 이 집은 좀 특이한 사례에 속한다.
집주인은 설계뿐아니라 벽돌 나르고 미장일도 하면서 시공까지 거들었다.
제대로 한번 지어보겠다고 처음 생각이 끝까지 잘 반영되도록 하기 위한 뜻이었다.
집터에 먼저 자리잡은 나무들과 자연지형을 최대한 해치지않고 지은 탓에 나무와 땅과 집이 사이좋게 어우러져있다.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이 새로 지은 주택같지가 않다.
당초 집터에는 앞쪽에 2층집보다 휠씬 큰 참나무와 소나무 몇그루가 둘러서 있었다.
이들 나무를 살짝 비켜 입구를 내고 뒤쪽에 거실을 배치해 집안 사람들과 항상 같이 지낼 수 있게 했다.
거실앞쪽의 나무들은 커다란 창문에 시간에 따라 다양한 무늬를 그려댄다.
이들 틈으로는 멀리 철길과 신도시 아파트 풍경이 겹쳐지면서 한폭의 그림 액자가 만들어진다.
주택에서 일반적으로 서쪽창을 작게 하는게 관행이다.
그런데 이집은 서쪽창을 과감히 열어놨다.
이 때문에 싱그러운 소나무 향기와 화려한 일몰 풍경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다.
집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면 이처럼 좋은 일이 덤으로 생긴다.
집터는 삼각형 모양에 경사가 심한 볼품 없는 땅이었지만 크게 손대지않고 있는 그대로 살렸다.
지상 3층 높이의 경사지형을 깍아내지않고 계단식으로 깍아서 1.2층을 배치했다.
자연 훼손을 자제한 모양새가 인상적이다.
이 집은 전체 구성도 특이하다.
집주인이 거주하는 몸체 옆에 전시관(갤러리)이 곁들여져 있다.
기존 주택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기능이 다른 건물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탄탄한 조형미도 빠지지않는다.
거주공간인 왼쪽 몸체는 빨간색의 적삼목을 주요 자재로 써서 자연과의 조화를 꾀했다.
저층부와 몸체의 뒤부분에는 화이트색 마감을 적절히 조합해 적색의 단조로움에 변화를 줬다.
앞쪽으로는 직사각형 창문을 잇따라 배치,수평으로 늘어진 몸체와의 균형감을 살린게 돋보인다.
베란다와 2층 창문쪽에는 목재를 나란히 덧댄 루버(햇빛가리개)를 설치,단조로움을 없앴다.
오른쪽 전시관은 전체를 노출콘크트리와 적삼목을 안배해서 몸체와는 다른 분위기를 냈다.
중간에 섞인 적삼목 마감은 바로 옆의 몸체와의 연계성을 갖게하는 고리역할을 한다.
전시관 내부도 집터의 경사지를 살려 중간층을 둔 공간으로 꾸몄다.
아담하면서도 답답한 느낌이 없이 편안하다.
수백점의 아프리카 조각품을 전시하는 이색 전시관과 손을 맞잡은 민마루주택.
전시관 내부의 이색 전시품이 아니어도 은근하게 풍기는 매력이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어김없이 붙들어맨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
건축메모
규모:대지면적-154.81평,건축면적-48.51평,연면적-85.36평,지상2층 지하1층.
위치: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풍동,구조-목조.철근콘크리트,건축비용-평당 4백만원 설계:가야종합건축사사무소 최삼영.(02)3445-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