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을 읽고] 재경부적 사고방식이 문제다 .. 김한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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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응
지난 10일자 강만수 이사장의 "박승 한국은행 총재님께"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정부조직이라는 것이 만들어진 이후 현재와 같은 형태를 취하게 되기까지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가 발달하면서 국민생활의 중요성이 높아졌을 것이고,이를 위해서는 사유재산권을 포함한 국민의 권리를 잘 지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됐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서 삼권분립의 필요성이 제기됐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제를 더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더 효율화할 필요가 있고,이를 위해서는 가격기구가 재화와 용역의 과부족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 발견되었을 것이다.
가격기구가 이런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이 가격기구를 혼란시키는 인플레가 제거돼야 함을 또한 알게 되었을 것이다.
가격기구의 이런 효율적 작동에 유해한 인플레를 어떻게 방지할 것이냐에 관한 논의에서 그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처음에는 정부기구로 발족한,중앙은행의 독립문제다.
즉 인플레를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담당하는 기관이 선거에서의 승리와 같은 단기적인 목표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독립된 (정부)기관이어야 한다는 '진리'가 경험을 통해 발견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핵심적 문제는 물가안정과 가격기구의 효율적 작동을 위해 중앙은행의 독립이 필요한가의 여부이며,그 필요를 일단 인정한다면 우리나라 법체계 안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을 최선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시시콜콜한 세부적인 문제에서 궤변을 전개할 일도 아니고,무엇보다도 재경부의 '밥그릇을 챙기는 오랜 악습'에 젖어있는 시각에서 중앙은행 독립 문제를 보면 안 될 것이다.
IMF 위기가 재무부 시절부터의 관치금융 때문에 온 것을 잊어버리고,아직도 재경부는 관치금융의 핵심적 권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1930년 공황 이후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바꿔 지금은 세계의 모범이 돼있는데,재경부는 IMF 이후 오히려 그 권한을 더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행은 형식상 독립을 얻었다지만 예산권의 재경부 귀속,금통위 위원의 임명방식,기타 보이지 않는 통제로 독립성은 오히려 더 약화됐다고 할 것이다.
지금처럼 재경부의 권한이 강화된 상태에서 한국은행은 허수아비로 두고,금융개혁을 겉으로만 해간다면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커다란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인플레의 만연을 통해서 올지,아니면 엄격한 규제로 인한 금융기관들의 적응능력 결여를 통해서 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재경부의 밥그릇이 더 중요한지 국민경제가 더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검토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