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독서

많은 세계 지도자들은 독서광이었다. 알렉산더 대왕은 원정중에도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마치 보물인양 상자에 넣고 다니며 읽었고,나폴레옹 역시 전쟁터에서 책을 읽을 정도로 독서에 빠져 있었다. 영국 총리 처칠은 학교공부는 형편 없었지만 남달리 책을 좋아해 독서할 시간이 없으면 만지기라도 했다고 한다. 그는 20여권이나 되는 책을 집필했고 정치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이었던 제퍼슨은 "나는 하루도 책 없이는 못 산다"고 말할 정도였고,트루먼 대통령은 어린 시절 자기 고장 도서관의 장서를 샅샅이 섭렵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의 전후복구에 공이 컸던 사토 에이사쿠 총리도 이름난 책벌레였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서 가시가 돋친다"고 한 안중근 의사의 말은 독서의 금언처럼 아직도 인용되고 있다. 요즘 인터넷시대라 해서 활자를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인터넷이 마치 모든 걸 해결해 주는 요술방망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인터넷시대를 선도하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조차도 "나는 평일에는 1시간,주말에는 3∼4시간의 독서시간을 갖는다. 이런 독서가 나의 안목을 넓혀주고 있다"고 실토한다. 사고의 깊이를 더하고 지혜를 얻는 데는 책만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 4월 들어 책과 관련된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서울 지하철 4호선에 '달리는 책 박물관'이 개통됐고,12∼18일은 도서관 주간이다.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World Book Day)'이어서 관련 단체와 방송 등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중이다. 다행히 책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면서 실로 오랜만에 서점들의 판매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들린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독서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이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선진국에서는 독서관련 행사들이 오히려 늘어가는 추세다. 우리도 독서운동의 일환으로 '책 사는 날'이라도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