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변신 !']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교수 '변태형씨'

"잠깐. 망치질은 사랑을 하듯 조심스럽게" 지난 8일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겸임교수 변태형씨(45)는 한 학생이 끓인 합금 용액을 '골돌'(금세공 용기)에 붓고는 바로 망치를 들고 나서자 이같이 주의를 줬다. 금은 완전히 굳지 않은 상태에서 충격을 가할 경우 표면에 금이 가는 것은 물론 파편이 튀어 작업자가 다치는 사고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 이날 학생들은 금 재료를 녹여 반지 등을 만드는 기초 작업을 배우기 위해 변 교수가 직접 경영하는 종로구 봉익동 세공소를 찾았다. 금은 비싸서 학생들이 좀처럼 다뤄볼 기회가 없다. 직접 만져보고 특성을 깨달아야 한다는 평소 지론에 따라 변 교수는 이날 자신의 금을 교육용 재료로 아낌없이 내놓았다. 변 교수는 사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의 금세공 전문가.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도 교수가 되기 힘든 풍토지만 지난해 12월 홍익대 인사위원회의 만장일치로 교수로 전격 발탁됐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마치고 형을 따라 명동에 있는 귀금속 세공공장에서 독한 화학약품 냄새를 맡으며 익힌 '박사학위 못지 않은' 기술과 경험을 인정받은 것. 지난 78년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귀금속 공예가로 첫 발을 내디뎠다. 89년에는 정부가 공인하는 귀금속공예 명장에 등극했다. 이후 한국장신구디자인협회와 한국귀금속보석디자인협회 등에서 귀금속 공예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귀금속 세공 분야 1인자로 자리를 굳혔다. 이론보다는 현장과 실습을 중요시하는 그의 강의 방식은 학생들은 물론 동료 교수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홍익대 변건호 교수(54)는 "금속세공 분야에서 변 교수 정도의 현장 감각과 기술을 보유한 명장은 드물다"며 "강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선배인 우리에게도 귀감이 된다"고 평가했다. 변 교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학벌주의 풍토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는 "국가 경제가 성장하려면 산업이 다양화해야 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인력이 배출돼야 한다"며 "공대 가기를 꺼리는 세태 등을 바꾸기 위해서는 기술공에 대한 대우가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