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권기자의 벤처열전] 로켓탄과 프린터드럼

한국군의 주력 무기중 하나인 다연장 로켓탄과 레이저 프린터 드럼의 공통점은…. 분야가 전혀 달라 같은 점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제조 기술의 기초가 같다는 설명을 들으면 깜짝 놀랄 일이다. 다연장 로켓탄의 몸체와 프린터드럼의 소재는 알루미늄. 정밀을 요하는 알루미늄 가공 및 피막처리는 그 중에 핵심 기술이다. 무기와 사무용품의 기술 '뿌리'가 같다는 말이다. 가공때 티끌이라도 알루미늄 표면에 묻으면 안된다. 로켓탄에 먼지가 묻으면 오차로 인해 표적명중이 어렵다. 17년간 로켓탄과 함께 한 백산OPC의 이범형 사장(69)은 지난 94년 국내에서 누구도 손대지 못하던 레이저 프린터용 유기감광체(OPC) 드럼 개발에 뛰어들었다. 육군 중령 출신인 그는 그야말로 불굴의 군인 정신으로 난관을 헤쳐나갔다. 기술 이전을 해주는 해외기업도 없는 어려운 현실이었지만 2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드럼을 자체 개발하게 된다. 이어 지난 97년초 고감도 드럼이 미국에서 히트를 친다. 이때부터 백산OPC가 세계에 우뚝 서게 된다. 프린터 드럼을 생산하는 미국의 3개 업체가 최근 문을 닫았다. 일본에서도 3개 업체가 폐업하거나 매각됐다. 백산OPC의 영향 때문이다. 지난 99년 진출한 일본시장의 점유율이 50%를 넘었다. 백산OPC의 힘은 지칠 줄 모르는 연구에서 나온다. 연구소에 들어서면 수십대의 레이저 프린터가 하루종일 인쇄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한쪽 구석에 수북이 쌓아놓은 프린터 용지는 순식간에 없어진다. 한 달에 A4용지 15만장 가량을 드럼 테스트용으로 소비한다. 올해 목표는 품질 가격 사후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세계 1위(생산 규모로는 세계 3위) 달성이다. "항상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생각으로 경영에 임한다"는 이 사장의 눈빛에서 나이를 잊은 투지를 읽을 수 있다. (043)536-7561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