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田경제팀의 과제 .. 全周省 <이화여대 경제학 교수>

경기회복의 속도가 빨라지며 경기부양 중심의 정책기조를 바꿀 듯 하던 정부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섰다. 저금리와 소비 중심의 경기회복이 초래하는 부작용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수출과 설비투자에 영향을 미칠 미국 경제의 회복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 정부측의 설명이다. 사실 미국 경제가 되살아난다는 얘기가 들린 지는 오래다. 그러나 미국 사람들도 자기네 사정을 잘 모르는 데 우리라고 별 뾰족한 수가 있을 수 없다. 그저 외신을 타고 전해지는 '늑대 소년'의 한마디를 반신반의하며 우리 나름대로 내수촉진책을 내세운 결과가 요즘의 경기 상황이다. 그런데 가계대출이 비정상적인 속도로 늘어나고 자산시장의 변동폭이 커지면서 뭔가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많지 않다. 다만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있어 정부가 자신감이 없어 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이러한 소비 주도의 경제회복이 비교적 생소한 경험이라는 점이다. 자생적인 경기회복이 가능할 정도로 우리의 내수시장이 커진 것은 고무적이지만,그만큼 수요 관리가 어려워진 것이다. 둘째,해외변수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자칫 섣부른 정책조정이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소비심리는 상당히 빠른 시간 내에 반전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와 수출의 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는 한 대폭적인 정책기조의 전환을 시도하기 힘들 것이다. 결국 지금은 정책기조의 방향은 어느 정도 안정 쪽으로 가닥이 잡혀있는 상황에서 그 시기와 방법을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책 효과의 시차 때문에 안정화 정책은 어느 정도 선제적으로 행해질 필요가 있다. 실기를 하는 경우 하지 않느니만 못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자신 없는 수요의 미세조정보다는 정책의 신뢰도를 높여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여주는 것이 바른 선택일 수 있다. 아무리 적기에 정책을 시도했다 하더라도 시장이 믿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부터 높여야 한다. 정책 자체는 예고 없이 발표할 수 있지만 그 대안들은 평소에 충분한 토론과 검증을 거쳐야 하고, 일단 정해진 정책은 가급적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당한 정책을 일단 내세워 해보고 안되면 다시 바꾸는 관행부터 바꾸어야 한다. 고위 당국자들이 재보지도 않고 말을 내뱉어 시장의 변동성만 증폭시키는 일도 삼가야 한다. 요컨대 요즘과 같은 경기 전환기에는 무리한 조정보다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정책능력을 비축하는 쪽으로 정책의 무게를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경기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나름대로 일의 우선순위는 정해야 한다. 우선,재정정책의 경우 이 즈음에서 확실하게 건전화 쪽으로 방향 선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적자금의 재정부담,사회보장지출의 급증 등으로 인해 장기적인 재정기조가 위협 받는 현 상황에서 재정균형 의지를 보이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켜 경기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 또한 이는 향후 금리정책이 한계에 달했을 때 재정 쪽에서 경기조정기능을 떠맡을 수 있는 여력의 비축으로 볼 수도 있다. 금리 인상은 분명한 다음 수순이지만 현 시점에서 이것이 유일한 정책 수단인지를 따져야 한다. 따라서 안정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천명하되 그 시기를 저울질하는 동안에는 비가격적인 수단으로 과도한 소비를 억제하고 투자 증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가계대출이나 부동산 투기와 같이 정부 스스로 과열을 방치한 분야는 제도적 보완부터 시도하고, 생산능력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의 개선에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거시정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책 방향이 틀려서가 아니라 그것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경기과열이다 아니다 하는 식의 논쟁이나 벌이고,안정기조 전환이다 아니다 하는 식의 무책임한 정책 선언을 내릴 때가 아니다. 자신 있는 일부터 시작하되 필요하면 언제라도 정책수단을 동원할 수 있도록 능력을 비축할 때다. jjun@ucsd.edu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