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여객기 김해 추락] "착륙중...벨트매라"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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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하는 소리와 함께 비행기 내부가 폭격을 맞은 듯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15일 오전 사고 여객기에 탔다가 극적으로 구조돼 김해 성모병원에서 입원치료중인 조선족 김문학씨(35.중국 지린성 거주)는 "처음에 '쿵'하는 소리가 들려 착륙하는 줄 알았는데 곧바로 딱딱한 물체가 오른쪽에서 날아와 머리에 부딪치면서 정신을 잃었다"며 "잠시 후 정신을 차려보니 비행기 안은 연기로 가득차 있었고 여기저기서 '살려달라'는 비명이 들렸다"고 사고 순간을 회상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 안내방송 직후 추락 =사고여객기는 오전 9시30분 베이징을 출발해 11시30분 김해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이 여객기는 11시23분 레이더에서 사라지면서 통신이 두절됐다.
사고 당시 비와 안개 등으로 기상이 나빴다.
김해공항은 짙은 안개 속에 시정이 3천2백m밖에 되지 않았다.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 오전 8시30분부터 정원 1백50명 이상의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된 상태였다.
사고 지점이 김해공항에서 불과 4.6㎞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사고 여객기가 정상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추락 여객기에서 제일 먼저 걸어 나와 119구조대원에 구조된 오영근씨(39.중국 지린성 홍화현)는 "'5분후에 착륙하겠으니 안전벨트를 매달라'는 안내방송이 들린 직후 기체가 나무를 스치는 소리와 함께 산에 처박힌 뒤 곳곳에서 시커먼 연기가 났다"고 말했다.
오씨는 "기내가 온통 연기로 뒤덮여 제대로 볼수 없었지만 시트와 사람, 화물이 뒤엉킨채 여기저기서 피냄새가 났으며 비명과 신음소리로 아수라장을 이뤘다"고 밝혔다.
◇ 휴대폰으로 구조 요청 =이강대 경산대 동아시아학부 교수는 이날 오전 11시 25분 추락하는 사고 여객기 기내에서 휴대폰을 통해 대구 기린여행사 김유석 상무(38)에게 여객기 추락소식을 전하며 신속한 구조를 부탁했다.
김 상무에 따르면 이 교수는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 같다. (비명소리가 울리며) 빨리 119구조대와 경찰에 연락해 달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팔과 허리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어 김해 자성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있다.
목과 허리 등에 부상을 입은 최윤영씨(32.회사원)는 "내 자리는 24B로 비행기 왼쪽 날개 근처였다"며 "기체가 비행 도중에 많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최씨는 "내 자리 뒤쪽에서 기체가 두동강났다"며 "착륙 직전 기내 스크린에 나타난 고도가 2백m였던 것을 기억한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 so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