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일자) 5.7% 성장은 과열 아니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을 당초의 3.9%에서 5.7%로 대폭 상향조정함에 따라 경기과열 여부에 대한 논란이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특히 한은의 경기전망은 다른 민간연구기관과는 달리 통화신용정책의 기초판단 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선 한은이 예측한 성장률 5.7%는 인플레 없이 달성 가능한 잠재성장률(5∼6%)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한계선상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이어서 경기과열을 걱정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박승 한은총재가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금리인상 시기의 오차범위가 3개월 정도라고 밝혀 3개월 이내에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간접적 의사표시를 한 것만 보더라도 일단 정책당국자들 사이에서는 그같은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정부도 이미 재정 등 경제정책을 부양보다 경기중립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사실 최근의 경제지표 동향을 살펴보면 염려스런 점이 많다.자금흐름이 부동산 등 실물투기 또는 소비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고,유가 불안과 원화가치 하락 등으로 잠재적 물가불안 요인이 누적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거시정책의 기조전환을 검토할 때가 됐다는 견해를 밝힌바 있다. 그러나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한은이 이번의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계기로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선회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한은의 경제전망 내용을 들여다 보면 잠재성장률 회복이 건설투자와 서비스업 성장에 의해 주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수출과 기계설비투자 등은 미미한 증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고 보면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섣불리 판단할 경우 낭패를 볼 우려도 없지 않다. 따라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에 대해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자칫 정책당국의 과잉대응으로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무산시켜선 안될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직도 높은 실업사태를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성장률 5.7%는 미흡한 수준이고,또 경기과열이라고 판단할 근거로서도 부적절하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투자부진에 따른 잠재성장률의 위축이다. 물가불안에 대처하는 것도 긴요한 당면과제이긴 하지만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일 또한 게을리해선 안될 중요현안이란 점을 정부는 물론 한국은행도 깊이 인식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