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文身

문신(文身)이 유행처럼 번지는 모양이다. 인터넷에는 문신동호인 사이트가 수백개 등장하고 시술희망자를 공개모집하는 불법사이트까지 생겨났다고 들린다. 조직폭력배들 사이에서 의리의 징표로나 여겨져 온 문신이 이제는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고,사회의 획일화에 반발하는 몸짓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일본이나 미국으로 원정시술을 받으러 가는 사람들까지 있다니 유행 치고는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다. 과거 문신을 새겼다는 이유만으로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던 시절을 돌아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요즘은 일부에서 문신을 마치 '멋'인 양 왜곡해 인식하고 있지만 원래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됐다. 고대 로마에서는 죄수의 몸에,미국에서는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흑인노예가 도망가지 못하게끔 문신을 새겨 넣었다. 중국에서는 도둑의 얼굴에 '盜(도)'자를 새겨 양민과 격리했고,고려와 조선시대에는 도둑들이 관아로 끌려가 얼굴이나 팔에 '경'이라는 문신 형벌을 받았다. 우리가 누군가를 크게 혼내줄 때 '경을 칠 놈'이라고 쓰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문신은 또 특정한 종족이나 집단에 소속돼 있음을 표시하고,충성을 다짐하거나 용맹성을 과시하기 위해 사용됐다. 서양에서는 전쟁터에서 죽인 원혼들의 복수를 막기 위해 '부적용'으로 얼굴에 문신을 새겼는가 하면,성년이 됐다는 표시로 문신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문신의 역사는 깊다. 최초의 문신은 기원전 2천년께의 이집트 미라로 알려져 왔으나,지난 91년 알프스의 빙하 속에서 발견된 기원전 3천3백년께 사람의 몸에서도 문신의 흔적이 확인됐다. 지금도 태평양권의 뉴기니와 마르케이사스 등 여러 부족에서 문신이 성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다분히 주술적이며 신분용일 따름이다. 미개민족의 문화로 치부되는 문신에 우리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신제거수술이 발달해 문신을 없앤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충동적인 문신을 하고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