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격변! 법무시장] 2부 : (2) '김&장 정진영 변호사'

"고객이 다리를 쭉 뻗고 편히 잘 수 없다면 저도 잠을 청하지 않습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에서 기업구조조정팀을 이끌고 있는 정진영 변호사(41). 그는 이처럼 다소 엉뚱한 '좌우명'을 10년째 고집하고 있다. "변호사는 의뢰인이 있기 때문에 존재합니다. 모든 것을 고객중심으로 생각해야 제대로 된 자문이 나오죠. 고객이 힘들어 하는데 저만 편할 수 없죠" '꿈에서도 의뢰인을 생각한다'는 정 변호사는 쟁쟁한 실력자들이 즐비한 기업.금융기관 구조조정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반드시 꼽히는 인물. 20여명으로 구성된 김&장 기업구조조정팀을 이끌며 기아 진로 한라 해태 삼미 청구그룹 등 외환위기 이후 많은 기업을 '수술'했다. 법률자문에만 그치지 않고 고객 기업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처방을 내리는 등 '경영 컨설턴트'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의 최대 '무기'는 성실함이다. 오전 8시 출근해 밤 11시께 퇴근한다. 업무 특성상 '밤일'이 많아 오전 늦게 출근하는 대다수 로펌 변호사들과는 다르다. 고객을 위해서는 몸도 아끼지 않는다. 에피소드 한가지. "작년 12월 제가 대리하는 기업이 다른 대기업과 큰 금융분쟁에 휘말렸어요. 해결기미가 안보였습니다. 간식거리로 허기만 채우면서 70시간 동안 한숨도 안자고 협상에 매달렸죠. 상대편은 사람을 바꿔가며 협상했지만…. 결국 제 '체력'에 두손을 들더라구요. 화해를 이끌어 냈을 땐 '이 맛에 변호사 하는구나'라는 보람을 느꼈어요" 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학과 재학중인 1983년 사법시험(25회)에 합격했다. 85년 사법연수원(15기)을 졸업한 뒤 공군법무관을 거쳐 89년 김&장에 들어갔다. 입사 후 줄곧 금융 분야만 파고들었다. 93년 미국 예일대에서의 유학은 그가 기업.금융 구조조정 분야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 "당시 기업.금융 구조조정 관련 실무와 이론을 많이 배웠죠. 80년대 말 남미 경제위기때 이 곳에 돈을 빌려준 미국 금융회사들이 어떻게 남미 기업들을 구조조정했는지를 파고들었습니다. 95년 말 귀국하니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더군요" 당시는 유원그룹 부도를 시작으로 우성 삼미 진로 한보 기아그룹 등 대기업들이 차례로 쓰러지던 때. 정 변호사는 물을 만난 고기처럼 사건을 맡아 해결해냈다. 97년 한햇동안 자산 규모로만 35조원에 달하는 1백여개 기업이 그의 손을 거쳐 법정관리 또는 화의를 신청했다. 부도위기에 처했던 대기업 3곳은 그의 도움으로 정상화됐다. 98년부터는 구조조정 바람이 대기업에서 금융권으로 옮겨갔다. 정 변호사는 종금사 은행 신용금고 등의 퇴출 작업이 한창일 때 개별 금융회사들의 퇴출 및 회생 여부 등을 진단하는 '경영평가위원'을 차례로 역임, 금융산업 구도를 새로 짰다. "제 서비스가 고객에게 가치를 가질 때까지만 변호사 일을 할 겁니다. 스스로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면 바로 그만 둘 생각입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