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잡지 올림픽

매거진(magazineㆍ雜誌)의 어원은 네덜란드어 'magazien'이다. 창고라는 뜻의 이 단어가 '잡지'로 통용되게 된 건 1731년 영국의 E 케이브가 정보및 오락용으로 만든 정기간행물에 'Gentleman's Magazine'이란 이름을 붙이면서부터다. 잡지는 신문을 제외한 정간물을 말하지만 국내에선 '월간지 이상 반연간지까지'로 규정한다. 광복 이후 계속 증가, 1980년 1천4백34종이었으나 언론기본법에 따른 정간물 정비로 급감했다가 87년 6ㆍ29선언 이후 급증,현재 3천6백21종(유가지 2천82종)에 이른다. 종교지(1백63종)가 가장 많고, 시사지(1백38종) 문학지(1백11종) 생활정보지(1백2종) 순이다. 종래엔 영어학습잡지 하나가 10만부씩 팔리는 등 '소품종 대량판매'가 가능했으나 일반의 관심사가 다양해지고 깊이있는 정보와 시각이 요구됨에 따라 잡지 역시 '다품종 소량판매'로 바뀌는 추세다. IT(정보기술) 잡지만 53종이나 되고,기계기술ㆍ산업환경 등 전문지가 늘어나는가 하면 소위 명품잡지라는 고급품 정보지만 10종 가까이 나온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잡지의 미래를 보는 눈은 '종이 사용으로 인한 환경파괴ㆍ제작ㆍ유통비 문제로 영역이 줄어들 것'이라는 쪽과 '정보의 깊이와 편리성때문에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는 쪽이 팽팽히 맞선다. 그런 만큼 한국잡지협회(회장 이심)가 '디지털시대를 맞이하여-잡지와 테크놀로지'를 주제로 마련한 '국제잡지연맹 아태지역 잡지매체 서울대회 2002'는 주목할만하다. '잡지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대회엔 리처드 스미스 '뉴스위크'대표, 시라이시 마사루 '분게이주'(文藝春秋)사장 등 25개국 5백여명이 참석,디지털시대 잡지의 발전 전략을 모색한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는 발행 종수나 양 면에서 세계 10대 잡지강국이지만 전근대적인 유통구조 때문에 선진 외국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잡지인의 정보교환장인 이 대회가 한국잡지의 위상을 제대로 알리고 그럼으로써 국내 잡지의 해외 진출과 유통구조 개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