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문가가 보는 한국경제] "외환위기가 독자생존력 키워"

"한국은 다른 아시아 금융 위기의 희생국들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과거의 그림자를 벗어던지고 있다" 미국 모건스탠리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가 지난달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국가를 방문한 뒤 쓴 보고서 '아시아의 교훈(The Lessons of Asia)'에서 밝힌 말이다. 로치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 금융.재벌 개혁을 마무리하고 있어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국가로 꼽은 반면 일본은 개혁이 불가능한 비관적인 국가로 대비시켰다. 로치는 한국이 미국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경제 동조화 파기(global decoupling:미국의 성장엔진에 의해 끌려가는 경제 동조화 단절)'를 진행하고 있는 반면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은 아직도 미국이 재채기라도 하면 쉽게 감기에 걸리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로치는 특히 일본을 매무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일본은 자신의 문제를 풀어나가지 못하는 마비상태지만 한국은 지난 97년 경험했던 위기를 다시 겪지 않겠다는 의지와 노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로치는 "한국과 일본의 대조적인 모습은 중국을 바라보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며 "일본은 중국을 저비용 생산으로 '일본주식회사'를 삼킬 '위협요인'으로 보는 반면 한국은 중국을 세계 최대 시장이라는 '기회변수'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자매 잡지인 '스마트머니'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 경제에 영향력이 큰 30인에 2년 연속 13위에 오를 정도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