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류상품] 1등상품이 '경제강국' 이끈다

'선박용 디젤엔진, LNG 운반선, VCR, 컴퓨터모니터, 콤보플레이어, 투명 ABS, 홍채인식시스템...' 세계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한국의 대표 상품들이다. 삼성전자 LG전자 LG화학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등은 탁월한 기술과 적절한 제품선택은 물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 결과 이들 제품을 세계정상에 올려 놓았다. 앞으로 누구나 생각하고 만들 수 있는 평범한 상품은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디자인부터 애프터서비스까지 모든 부문에서 '일류'라는 수식어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는 글로벌 경쟁시대다. 나라마다 일류상품으로 일류경제로 도약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품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내수보다는 수출에 더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류상품 개발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절박하다. 국내시장에서는 국내 최고면 버틸 수 있지만, 세계시장에서는 세계 최고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수출은 섬유 메모리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일부 제품에 의존하면서도 급속한 성장을 해왔다. 지난 2000년의 경우 반도체 컴퓨터 등 5대 수출품목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41.5%에 달한다. 덕분에 메모리반도체와 조선은 세계 1위, 자동차는 세계 5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소수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데다 안정적인 수출을 뒷받침해줄 일류상품의 수가 적어 해외경기에 민감한 영향을 받아 왔다.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은 미국이 9백24개, 중국이 4백60개, 일본이 3백26개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의 경쟁국인 대만도 1백22개 품목을 '세계시장 1위' 명단에 올려 놓았다. 한국은 이들 국가에 훨씬 못미치는 76개 품목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한국상품은 그동안 세계시장에서 선진국에 비해 싸구려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5년의 수출상품단가를 100으로 할 경우 99년의 우리나라 수출상품 단가는 61.6으로 4년새 38.4%나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에 대만의 수출상품 단가는 오히려 10.3%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국내 기업들의 수출단가도 올라가는 등 고무적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해외시장의 수요증가도 원인이지만 우리 제품의 우수성이 세계시장에서 점차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애니콜 등 일부 제품은 선진국 제품에 비해 훨씬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일류상품의 효과는 상품 자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국가신인도를 높이고 우리가 생산하는 다른 제품의 이미지 개선에도 적지 않은 효과를 가져온다. 정부가 나서서 일류상품 인증서를 주고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마케팅에 나선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일류상품을 개발해 세계시장을 파고들려는 국내 기업들의 노력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