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순간 난 자유 .. 인터넷세상 휘어잡는 여성3인 토크

초등학생 자녀를 뒷바라지 하느라 정신없는 30~40대 주부.아직도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는 11살 소녀.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이들이 웹상에서는 남다른 명성과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로 돌변한다. 인터넷 세상을 휘어잡고 있는 이들 여성 3인.네이버 다음 드림위즈 등 포털 사이트의 인기 동호회 운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며느리들의 해방구 문순자 다음카페 "며느리방"(cafe.daum.net/eull) 운영자(43.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이하 문)=카페를 만든 건 지난해 3월이었요. 며느리도 가족의 일부인데 가끔 타인 취급을 받을 때가 있잖아요. 남편이나 시댁식구들이 가끔 이해 못하다 보니 힘든 부분도 많고요. 그래서 우리끼리 푸념이나 하소연을 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며느리들만의 해방구인 셈이죠. 김현정 드림위즈 클럽 "아이와 함께 떠나요"(club.dreamwiz.com/africa) 운영자 (37.경기도 김포시 사우동,이하 김)=아함떠("아이와 함께 떠나요"의 준말)는 가족간의 대화와 교육에 초점을 맞춘 사이트에요. 개설된 지 3년 정도 됐죠.운영자는 임기제로 하는데 제가 3대째에요. 물론 엄마들이 계속 맡고 있죠.요새는 체험교육이 중요하다잖아요. 그래서 부모회원들이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자는 뜻에서 만든 여행동호회죠. 이승은 쥬니어네이버 클럽 "뽀샤시- 네 작은 유리병"(club.jr.naver.com) 운영자(11.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거주,이하 이)=지난 2월 만들었어요. 각종 로고나 팁,예쁜 글,시 등을 올려놓고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사이트죠.인터넷을 시작한지는 2년 정도 됐구요. 처음 만든 사이트는 햄토리(만화영화 캐릭터)를 키우는 사이트였어요. 그 다음엔 음악파일을 주고받는 사이트를 운영하다가 이 사이트로 바꿨죠. #아이를 빙자해 떠나라? 김=1년에 네번 정도 정기모임을 해서 여행을 가죠.이번달엔 충장대 해수욕장에 갯벌 체험을 다녀왔어요. 소모임을 통해서 따로 여행을 가는 경우도 많죠.여행 말고도 영화제나 박람회를 다녀오기도 해요. 교육적인 여행에 관해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곤 하죠.게시판 외에 특파원 코너가 있어서 여행자료나 여행후기 등을 볼 수 있어요. 교육도 교육이지만 엄마들이 너무 좋아해요. 애들이 바쁘면 엄마만 오는 경우도 있어요. 가끔 우스개소리로 "아함떠"가 아니고 "아빙떠(아이를 빙자해 떠나요)"라고 부르기도 하죠. 문=며느리방은 앞마당 뒷마당 등으로 구성돼요. 앞마당은 공개돼 있어 남자도 출입이 가능한데 뒷마당은 금남의 구역이예요. 그래도 가끔 "여자들이 뭐하는 짓이냐"며 비아냥거리는 글이 뜨기도 하죠.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 기자 등이 며느리로 위장해서 들어오기도 하고요. 지금은 눈치가 빨라져서 바로 발견하고 내쫓아요. 이=여자 어린이들끼리는 이쁜 팁이나 로고 만들어서 교환하는 걸 좋아해요. 누가 이쁜 걸로 만드나 경쟁도 많이 하고요. 우리반 친구들 중에도 사이트를 통해 로고나 태그,배경화면 만드는 애들이 많아요. 저는 그림판으로 작업을 하는데 친구들 중에는 포토샵 같은 전문가용 소프트웨어로 작업하는 애들도 있어요. 네이버 관계자=승은이 작품은 정말 뛰어나요. 배너광고 같은데서 문의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죠.쥬니버네이버 클럽안에서도 정평이 나 있습니다. 문=승은이 정말 대단하구나. 그러고 보면 요새 어린이들은 정말 우리랑은 다른 세상에서 산다는 느낌이 들어요. 김=맞아요. 학교 친구들보다 온라인 친구들하고 더 많이 교류하는 경우도 많고요. 학교 끝나면 놀이터에서 친구들 만나는 것하고 똑같죠. #착한 사람들이 많더군요 문=며느리방은 동호회 특성 때문에 괴롭고 힘든 생활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한번은 생활이 너무 고달프다는 신규회원이 있었는데 글 내용에서도 우울증이나 정서불안을 많이 보였죠.다른 회원들이 따듯하게 위로 글을 많이 남겼죠.저랑 메일을 주고받다가 전화로 통화를 하게 됐는데 말도 못하고 펑펑 울기만 하더라고요. 저도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김=인터넷 동호회는 이런게 매력인 것 같아요. 가족들한테 얘기 못하고 친구들한테도 자존심 때문에 얘기 못해도 동호회 회원들끼리 쏟아내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고 보면 동호회 찾아오는 사람들은 다들 좋은 사람 같아요. 문=맞아요. 며느리방 회원중에도 상당히 과격한 글을 남기면서 시댁식구들 원망하곤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그러다가도 제사나 명절때 내려가서 다 챙기고 다시 반갑게 글을 남기곤 하죠.참 심성이 따듯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만든 로고인데... 김=워낙 열성엄마들이 많아서 운영하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요. "아함떠"는 오프라인 성격이 강해서 운영진들이 신경써야 할게 많아요. 숙박이며 식사며 미리 다챙겨야 하니까요. 그때마다 지방에 있는 부운영자들이 세심한 배려를 많이 해주죠. 애들끼리도 새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예요. 특히 일부 회원들끼리 너무 친하게 교류하다 보니 다른 회원들이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죠.배려를 하긴 해야 되는데... 문=맞아요. 오래 잠수(접속을 안하는 것)하거나 초보 회원인 경우엔 적응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전 그럴 땐 경고문을 띄워요. 공개 게시판에서 그러지 말라고요. 운영자가 될려면 강해야 할때 강해야 될것 같아요. 이=전 애써 만들어놓은 로고나 팁을 다른 사람이 아무 말없이 가져다 홈페이지에 쓸 때가 가장 서글퍼요. 네이버 관계자=요새 어린이들은 저작권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거든요. 사소해 보여도 어린이들에겐 애써 만든 작품이니까요. 이=특히 제가 만든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했는데 그 사이트에 더 많은 회원이 가입하면 화가 나요. 문=접속시간이요? 글쎄,하루에 8시간쯤 될 걸요. 아침에 남편이랑 애들 나갈 때 손 흔들면서 다른 한손으론 컴퓨터 전원을 켜죠.주로 대화방에 많이 들어가요. 중간에 청소한다,은행간다,시장간다든지 할 때 잠깐 나왔다가 마치고 나면 다시 들어가죠.다른 회원들도 그때까지 남아있곤 하죠.애들도 좋아해요. 인터넷 잘하는 엄마가 좋다나요. 김=저도 애들이 너무 좋아해요. 남편도 처음엔 뜨악한 눈치더니 지금은 저보다 더 열성이에요. 이=하루는 네이버에서 연락이 왔는데 제가 네이버 명예사원이 됐다는 거예요. 너무 기뻐서 엄마한테 말씀드렸더니 "동명이인 아니냐?" 그러시는 거예요. (모두 웃음) 승은이 엄마=그때는 "그냥 열심히 하는구나"생각했는데 그렇게까지 열성적인 줄은 몰랐거든요. 요새 애들은 정말 부모의 상상을 뛰어넘는다니까요. 인터넷 사용면서 성격도 쾌활해지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구요. 승은이는 하루에 1~2시간 정도 해요. 예전에는 너무 오래하는 것 같아서 시간 제한 프로그램을 깔았죠. 이=제발 좀 빼줘~.(모두 웃음) 문=그거 우리 애들이 알면 당장 설치하겠네요. 내 인터넷 쓰는 시간 제한할려고.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