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입다] 소박한 들꽃에서...하와이안 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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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천지다.
목련에서 개나리로,진달래로,벚꽃으로 이어지는 봄꽃 릴레이는 연두빛 잎사귀와 함께 산천을 온통 천연색으로 뒤덮고 있다.
산과 들을 점령한 꽃망울은 여인들의 옷자락으로 자리를 옮겨 활짝 활짝 피어나고 있다.
봄이면 어김없이 꽃무늬가 사랑받지만 올해는 유난히 꽃 소재가 강세를 띤다.
올 봄 패션가의 화두인 로맨티시즘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발렌티노 준야 와타나베 엠마누엘 웅가로 페라가모등 유수 디자이너들도 앞서 열린 컬렉션에서 일제히 꽃 소재의 호화로운 의상들을 선보여 올 봄 꽃유행을 예고하기도 했다.
어느때보다 다채로운 색상과 다양한 패턴으로 되살아난 올해의 "꽃패션"은 속살이 살짝 비치는 시스루 소재와 만나 한결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베스띠벨리 남명숙 디자인실장은 "올 봄에는 손으로 직접 그린 듯한 사실적인 꽃무늬가 많아진 게 특징"이라고 전한다.
또 "공주풍보다는 하늘거리는 꽃무늬 블라우스에 물 빠진 청바지를 받쳐입는 식으로 복고풍의 히피 스타일을 연출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한다.
소박한 들꽃에서 하와이안 꽃까지 치마폭에서 막 피어날 듯한 꽃무늬들은 한 폭의 수채화나 유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고급스러우면서도 정통적인 멋을 풍긴다.
꽃자수도 유난히 많이 보인다.
세계적으로 동양적인 모티브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올 봄 국내 여성복 매장에도 목 둘레나 치마단,바지단에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꽃자수가 놓아진 옷들이 대거 등장했다.
벨트나 탱크탑에도 선명하고 컬러풀한 꽃자수가 놓여져 신비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을 더해주고 있다.
베스띠벨리,안나 몰리나리,조앤 루이스 등 거의 모든 여성복들이 꽃무늬 아이템을 갖춰놓고 있다.
전반적으로 패션이 대담해지고 있는 분위기에 맞춰 꽃무늬 활용 범위도 한층 넓어졌다.
예전에는 꽃무늬는 블라우스 스커트 원피스 등 주로 여성 특유의 의류에 쓰였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트렌치코트나 바지에까지 꽃이 피었다.
평상시 선뜻 입기 어려웠던 이른바 "꽃바지"들이 일상적인 아이템으로 대거 등장했다.
크고 화려한 꽃무늬로 가득한 9부나 8부등 깡총한 크롭트 팬츠가 경쾌하면서도 깜찍한 분위기로 사랑받는다.
꽃무늬가 유행이라고 아래 위로 꽃으로 빼 입어서는 곤란하다.
어지간해서는 소화하기 어려울 뿐더러 자칫 산만한 느낌만 줄 수 있다.
블라우스를 꽃무늬로 입었다면 심플한 디자인에 무늬 없는 단색 치마나 팬츠를 입고 역시 단순한 선의 단색 자켓 가디건 등을 걸치는 게 제격이다.
꽃자수가 놓인 의상은 은근한 화사함을 강조하기 좋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