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주택] '남양주 덕소주택' .. 남한강을 가슴에 담고 싶다

눈부신 은빛 물결을 가득채운 강물이 발아래 펼쳐져 있다. 밤이면 까만 어둠속을 보석처럼 밝히는 게똥벌레가 지천에 깔렸다. 집이 없어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자리다. 이런 곳에 새 집이 지어진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경기도 남양주시 삼패동 "덕소주택". 어떤 형상으로 지어져도 수려한 산세를 능가할 수 없을 것 같은 터에 지어진 집이다. 건축가도 이런 자리에 건물을 짓는 것보다 원시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지어도 빼어난 산수를 괴롭히는 일이 될 것같은 죄책감에 시달렸다. 짓는이들의 이같은 순수함과 열정이 헛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름답게 화사하게 지어진 모습이 일단 기분을 좋게 한다. 건물모양이 주는 조형미는 빠지지않지만 주변 산세를 무시하지않은 나름대로의 자태가 썩 돋보인다. 이 집은 외관이 단순하면서도 화려하다. 날카로운 삼각형과 부드러운 유선형의 대조적 조형요소가 섞여서 뿜어내는 역동성도 아름답다. 하늘을 비상할 듯한 날렵한 자태는 철골과 유리로만 이뤄진 재료의 단순미를 넘어서 화려한 느낌을 준다. 덕소주택에서 외관의 조형미가 특히 강조된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너무 단순하거나 초라하면 오히려 기존 환경을 더욱 해쳤을 지도 모른다. 수려한 산세에 들어서는 집인만큼 기존 입지와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빼어난 모양을 선택한 것이다. 손때묻지않은 대지에 건물이 들어선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기존 환경의 변화를 동반한다. 그래서 신생 구조물은 원래 자연의 모습을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 예전 환경보다는 더 좋게 만들어내야할 책임이 있는 탓이다. 덕소주택은 이런 당연한 원칙에 충실하고자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 집은 경사진 대지에 앉아있다. 경사진 부분은 지하층으로 만들고 지상1층부터가 평지에 놓여있다. 지하층만 빼고는 1.2층 공간의 절반이상을 유리로 처리했다. 외부로 열린 입구쪽 계단을 오르면 1층 거실에 닿는다. 거실 안쪽에서는 다시 2층으로 연결된 계단이 있다. 2층엔 침실이 배치됐다. 활동적인 공간인 1층과 조용한 공간인 2층이 계단하나를 매개로 모두 열린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침실공간은 폐쇄적이어야한다는 상식을 과감히 깼다. 교외 주말주택인점을 충분히 감안한 공간구성의 모험이 신선한 느낌을 준다. 1.2층의 앞쪽은 모두 전면이 완전히 개방돼 자연과의 교감에 막힘이 없다. 침실공간인 2층까지 개방시킨 이유도 여기 있다. 이로써 집앞에 바로 펼쳐진 한강은 남김없이 집안에 들어온다. 상쾌한 새벽 강바람이 아침을 알리고 곧이어 올라온 눈부신 햇살은 집안 가득히 퍼진다. 이 집의 개방감은 오히려 거주자들의 사생활보호가 염려될 정도다. 집주인도 걱정이 없지않았지만 자연과의 어울림을 위해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키로 한 것이다. 바로 앞쪽에 강물이 흐르고 다른 건물이 들어설 여지가 없었던 점도 전면의 완전개방에 자신감을 줬다. 덕소주택은 일반 도심주택과는 다르다. 집주인이 일년내내 거주하는 실생활주택이 아닌 이른바 주말주택이다. 공간의 실용성에 큰 비중이 주어지지않아도 되는 집인 것이다. 외관의 조형미를 한껏 살리고 자연과의 교감에 충실할 수 있게 지을 수 있는데는 이런 차이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렇다고 현재 우리 건축환경에서 모든 주말주택이 이렇게 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환경과의 조화를 테마로 설정하고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경우는 흔치않다. 교외주택의 본보기로 생각해 볼 만한 집이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 건축메모 규모:대지면적-257평,건축면적-53.56평,연면적-89.29평,지상2층 지하1층. 위치:경기도 남양주시 삼패동 구조-철근콘크리트조. 설계:초이건축사사무소 최철수.(02)511-8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