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가 한국을 바꾼다] 제2부 : (2) 떠오르는 동남아

#1. 싱가포르 시푸드(해산물) 요리점. 싱가포르 남쪽 해안 도로가에 위치한 '점보' 레스토랑. 이 곳은 알콤새콤한 소스를 곁들인 새우 게 등 해산물 요리가 일품인 유명 음식점이다. 이곳에서 1년 가까이 일했다는 종업원 랄프 첸 씨(35)에게 신용카드로 식사비를 내는 손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젊은 사람들과 여행객들은 10명중 7∼8명은 신용카드를 사용해요. 그러나 현지인들은 아직 신용카드 사용에 그리 익숙지 않아요. 10명중 4명이나 될까. 그래도 1년전에 비해서는 40∼50% 정도는 늘어난 것 같아요" #2. 싱가포르 중심 래플스 플레이스의 오후 풍경. 지난 14일 오후 1시30분. 홍콩상하이은행(HSBC), 중국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몰려 있는 이곳 금융 중심가에서는 낯선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귀청을 때리는 신나는 음악과 함께 짧은 핫팬츠로 복장을 통일한 젊은 여성들이 몰려나와 지나가는 직장인들에게 한 장의 종이를 들이 밀고 있었다. 카드발급 신청서다. 한쪽에서는 신청서 작성자를 대상으로 경품을 주는 복표 추첨행사도 벌어졌다. 행사 주체는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 이 은행의 로렌스 레이놀드 주임(42)은 "길거리에서 회원을 모집한다고 해서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는 일은 없다"며 "이런 행사를 통해 하루 2백∼3백명의 회원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은행은 정기행사는 아니지만 한달에 1∼2번 행사를 갖고 있다. #3. 말레이시아의 그레이트 이스턴 보험사. 그레이트 이스턴사는 자산규모가 2백50억 싱가포르 달러(약 17조5천억원)에 달하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지역내 최대 보험사. 이 회사는 1999년부터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받기 시작했다. 1999년 첫해 2천1백만달러에 불과했던 카드 결제액은 2년만에 8천만달러까지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신규 손해보험 계약자의 70%가 카드 결제를 하고 있다. 호 키암 키아우 수석 부사장(45)은 "카드로 보험료를 납부하면 모집인들이 보험료를 챙겨 달아나는 배달사고가 없어지고 가입자들도 결제까지 한 달여간 시간이 생기게 돼 다소나마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카드 결제 급증 배경을 설명했다. 아시아 카드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침체에 빠졌던 이 지역 경제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면서 카드시장도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아시아 카드시장 규모는 총 4조8천억 달러(약 6천2백40조원)로 추정된다. 지난 97년에 비해 약 20% 성장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아직 다른 지역과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 작년 말 현재 아시아의 개인소비 지출대비 신용카드 결제 비율은 약 5.8%. 소비지출의 94% 이상이 현금이나 수표 등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캐나다의 카드결제 비율은 16.1%, 미국은 18%에 달한다. 유럽은 11.1%다. 아시아의 경우 은행에 4억5천만개의 계좌가 개설돼 있다. 그러나 이중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는 계좌 개설자는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그만큼 시장 개척의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또 디지털 금융의 성장 가능성도 어느 지역보다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 한 예로 아시아의 인터넷 쇼핑인구는 총 9천8백만명에 달한다. 핸드폰(모빌폰) 이용자는 3억7천5백만명. 인터넷 및 핸드폰 사용자 수를 합하면 세계 3위다. 비자인터내셔널은 2006년께는 인터넷 사용자 수가 2억4천5백만명, 핸드폰은 5억7천5백만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가 디지털시대에 신용카드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싱가포르=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 [ 자료협조 : 여신전문금융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