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프로] (9) '브랜드 네이미스트' .. 메타브랜딩 '김은정씨'

"시장에 새로 나오는 상품이나 서비스들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이미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멋진 이름을 '맞춤 설계'해 주는게 저희들의 일입니다" 브랜드네이밍 업체인 메타브랜딩의 브랜드 네이미스트(Brand Namist) 김은정 부팀장(26)은 자신의 직업을 이렇게 설명한다. 해마다 브랜드 가치를 조사해 발표하는 영국의 브랜드 전문회사 인터브랜드는 지난해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를 6백89억5천만달러로 발표했다. 코카콜라 회사가 가지고 있는 유형자산의 10배가 넘는 액수. 브랜드가 곧 기업 자산인 경영 패러다임 속에서 브랜드 네이미스트가 전문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잘 키운 브랜드 하나 열 기업 부럽지 않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브랜드 관리에 기업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품질이 아닌 이미지상의 제품 차별화에 기업들이 승부를 걸고 있다는 방증이죠" 브랜드 네이미스트의 작업을 단순한 '작명소' 업무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비자들의 언어성향 조사는 물론 철저한 시장조사, 경쟁사 제품명 분석까지 이들의 '21세기 작명'과정은 그야말로 아이를 출산하는 산모의 고통이나 다름없다. "하루 이틀에 걸쳐 '뚝딱' 만들어지는 걸로 아시는 분들이 많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브랜드 하나로 기업의 생존이 결정되는 만큼 한순간 머릿속을 스쳐가는 '유레카'적인 아이디어보다는 시장을 꿰뚫는 전문적이고 전략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김 부팀장이 동료들과 함께 세상에 내놓은 '옥동자'는 쌍용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렉스턴', 나드리의 기능성 화장품 '메소니에'와 '딘클라우', SK텔레콤 '모네타카드' 등. "이름만 듣고도 제품이나 서비스의 속성을 짐작할 수 있는게 가장 좋은 브랜드죠.이 상품이미지에는 몇음절의 이름이 어울릴까라는 생각까지 해야 하니 정신적 스트레스는 말도 못합니다. '생각의 가지치기'를 위해 동화책 시집 영화 등을 활용합니다" 일을 시작한지 3년밖에 안된 김씨가 '언어조합의 마술사'(이덕용 나드리화장품 팀장)란 평을 듣게 된데는 남다른 노력이 스며 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김 부팀장이 브랜드 네이밍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건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대학 졸업반때 친구의 소개로 메타브랜딩에 들른 후 네이미스트라는 직업세계에 매료돼 정식 직원으로 지원하게 됐다. "브랜드 개발과 관리는 단순히 상품 한두개를 팔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지속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결혼한 친구들로부터 아이 이름을 지어달라는 부탁도 많이 받는다는 김 부팀장이 들려준 브랜드 네이밍의 출발점은 결국 '고객'이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