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침묵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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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흰 구름이 한가로이 흐르고 가을이면 단풍나무가 불타듯 붉게 물들었다.
여우 울음소리가 들리고 사슴의 모습도 종종 보였다.
온갖 꽃들이 그 자태를 뽐내고 수많은 새들이 날아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가축들이 시름시름 앓다 죽어가고 멀쩡하던 아이들이 갑자기 사망했다.
지저귀던 새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사방은 정적만이 감돌았다"
지구 최후 심판의 날을 연상케 하는 이 글은,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인 레이첼 카슨 여사가 환경파괴가 가져올 재앙을 경고하며 지금으로부터 꼭 40년 전인 1962년에 쓴 'Silent Spring'의 한 대목이다.
환경서적의 바이블이자 환경운동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 책은 최근 '침묵하는 봄'으로 번역·출판돼 우리 독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카슨 여사는 이 책을 통해 당시 무분별하게 사용되던 DDT 등 유기질 화학약품의 폐해를 고발했다.
특히 DDT가 논 밭 산림 등지에 살충제로 마구 뿌려지고,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이와 모기의 퇴치에도 사용되는 것에 대해 그 위험성을 처음으로 경고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DDT는 '만능 살충제'로 인식돼 농촌에서는 몸 속에 분무기를 집어넣어 뿌려댈 정도였다.
무해하다고 판단했던 DDT가 궁극적으로 모든 생물을 죽이고 암을 유발하고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다고 했으니 미국 전 사회가 발칵 뒤집힐만도 했다.
제품생산회사는 물론이고 정부까지 나서서 카슨 여사의 무모성을 질타했다.
"노처녀가 유전자 변이에 무슨 관심이 있는가"라는 인격모독성 발언들도 쏟아졌다.
카슨 여사는 진실만이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이를 막아냈다.
타임지가 20세기를 변화시킨 1백인 중의 한 사람으로 그녀를 뽑은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듯 싶다.
오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갖가지 행사가 마련되고 있지만 나부터 '환경지킴이'가 되겠다는 각오 없이 지구를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간만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는 카슨 여사의 개탄이 더욱 크게 귓전에 울린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