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뉴트렌드] 증권사 '판도' 바뀐다

강세장을 맞아 증권사간 '약정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판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약정고란 증권투자자가 주식을 사고 판 금액으로 약정고가 많은 증권사일수록 매출이 크다. 약정고에 비례해 수수료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의 서열은 일단 약정고를 기준으로 매겨진다. 영업사원의 실력도 약정을 얼마나 올리느냐로 결정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약정고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 증권계의 메커니즘이다. 2001 회계연도(2001년 4월-2002년 3월)를 결산한 결과 약정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삼성증권이 여전히 1위를 고수했다. 그런 가운데 LG투자증권이 현대증권을 박빙의 차이로 누르고 2위로 뛰어올라 선두권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또 미래에셋증권은 전년 11위에서 8위로 3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닷컴증권은 9위로 '톱10'에 진입,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온라인쪽에 강한 세종증권도 10위를 기록, 기존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 삼성의 독주와 LG의 약진 =삼성증권 황영기 사장은 작년 6월 취임직후 "약정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약정경쟁을 하다보니 영업사원이 투자자의 허락없이 주식을 사고 파는 임의매매가 성행해지는 부작용이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설령 마켓셰어(시장점유율)가 떨어지더라도 상관하지 않겠다고 황 사장은 강조했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삼성이 1위에서 밀려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삼성증권이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한 것. "무리한 약정경쟁을 지양할 수 있도록 고객의 수익률에 초점을 맞춘 인센티브제로 바꿨다"고 삼성증권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개인뿐 아니라 법인영업을 강화한게 약정고를 높일 수 있는 발판이 됐다는게 삼성의 자체분석이다. LG투자증권의 약진도 돋보인다. 시장점유율이 1%포인트나 오르며 전년 4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빅5'을 형성하고 있는 현대 대우 대신이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없는 환경에 있었던 것도 이들 두 회사의 실적향상에 도움을 준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 온라인 증권사의 급부상 =8위부터 10위까지를 차지한 미래에셋 키움닷컴 세종증권은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인 온라인 영업부문이 강하다. 특히 온라인영업에 특화돼 있는 키움닷컴은 3.3%의 점유율을 기록, 동양 한화 교보 등을 제키고 톱10에 오르는 기세를 올려 주목되고 있다. 미래에셋과 세종증권도 온라인거래 수수료 인하를 선도하는 등 이 분야를 리드해 나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들 증권사는 수수료가 싸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이용빈도가 높다"며 "증권사의 수입원인 수수료를 기준으로 할 때는 순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년 11위에서 8위로 세 계단이나 뛰어 오른 미래에셋 관계자는 "온라인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데다 우수인력을 적극 유치하는 공격적 영업전략이 먹혀들고 있다"고 말했다. ◇ 중소형 증권사의 경쟁이 더 치열하다 =증권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자산운용 등 수익원이 다양하지만 중소형 증권사는 수수료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며 "이에 따라 대형사보다는 중소형증권사에서 약정경쟁이 훨씬 더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약정경쟁이 치열해지면 임의매매 등이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 중소형증권사의 경우 영업사원의 기본급이 1백만원을 조금 넘는 선이다. 약정고에 따라 추가지급금액의 액수가 정해진다. 이러다보니 약정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매매를 하다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발생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내부 단속으로 임의매매건수가 상당히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개연성은 존재한다"며 "약정고보다는 고객의 수익률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