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사진전 2題] 고명근 '빌딩의 꿈' 展

서울 소격동 아트스페이스서울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고명근씨(국민대 교수)는 조각 사진 건축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해 온 작가다. '빌딩의 꿈'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도 동·서양 고건축물을 담은 필름들을 연결한 조각적인 사진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종묘 창경궁의 한국 전통 고건축물을 비롯해 콜로세움,피사의 사탑,물에 잠긴 베니스의 오래된 건물들은 과거의 찬란한 문화가 담겨 있으나 지금은 주거 기능을 상실한 건축물이다. 고씨는 이러한 텅 빈 건축물을 찍은 필름을 재구성해 아크릴 구조에 플라스틱으로 코팅한 설치작으로 제작했다. 안과 밖이 서로 투사돼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현대 건물들이 유리창을 통해서만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가 재구성한 건축물은 분명 비현실적인 공간이다. 고씨는 이를 '꿈에 충실한 꿈꾸는 건물'이라고 부른다. 관람객들이 '꿈의 건물'에 공감할지는 미지수이지만 그의 작업은 매우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을 재료로 했지만 이를 뛰어넘어 조각 작업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일반 사진작과 구별된다. 이주헌 아트스페이스서울 관장은 "외국에서도 고씨처럼 사진과 조각을 완전히 결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한다. 투사라는 기법을 통해 작가는 비록 기능을 상실했지만 현재에도 여전히 살아 숨쉬는 고건축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울대에서 조각을 전공한 그는 미국 뉴욕 프랫대학원에서 사진에 매료됐다고 한다. 고씨는 "조각과 사진이라는 두 장르의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다 보니 이처럼 퓨전식 설치작업이 나오게 됐다"고 말한다. 1996년 모란미술상(조각 부문)을 수상했다. 5월1일까지.(02)720-1524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