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제 리포트] '훈넷 대북사업 합리적 해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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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메일 사용자들이라면 최근 북한을 뜻하는 'DPRK'란 단어나 'www.hoonnet.com'이란 도메인 이름이 제목에 들어 있는 메일을 한번쯤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메일은 북한과 합작으로 인터넷복권 등의 사업을 추진하다 통일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훈넷이란 업체의 사장이 보낸 메일이다.
한국과 북한 정부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그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거의 전 네티즌들에게 메일을 보낸 것이다.
훈넷의 김범훈 사장은 "평양에서 미국 회사 도움을 받아서 이 e메일을 보냅니다.
용서를 바랍니다"란 말로 시작해 자신의 처지를 설명해 나갔다.
훈넷 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훈넷은 북한 장생무역총회사 등과 합영방식으로 조선복권합영회사를 세우고 북한 최초의 인터넷 사이트이자 도박사이트인 'www.dklotto.com' 'www.jupae.com'을 개설했다.
통일부는 사이버머니로 거래되는 사이트인줄 알고 허가했으나 실제 돈이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사행적 성격을 문제삼아 김 사장 등 훈넷 임직원들의 북한 체류를 불허하고 남한으로 철수하도록 통보했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훈넷은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나 국가보안법 위반죄에 해당하게 된다.
국내에서 도박사이트가 불법이란 점 때문에 통일부로서도 제동을 걸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현재 훈넷과 통일부 홈페이지에는 훈넷의 사정을 헤아리는 네티즌과 반대 입장을 가진 네티즌들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사람부터 살려 놓고 일을 처리하는 것이 순서"라며 훈넷측의 과실여부를 문제삼기 이전에 현재 북한측에 머무르고 있는 훈넷 직원들의 무사귀환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통일부의 대응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번 훈넷 사건은 정말 어이가 없다. 훈넷에 사업하라고 승인 해줄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딴소리 하는 건가. 취소하려면 빨리 하던가. 중국까지 케이블을 다 깔고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하려니까 안된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에 대해 안티훈넷이란 이름의 네티즌은 "도박사이트 개설을 허가해 주면 통일이 쉽게 이루어지느냐"고 반문한 뒤 "광케이블을 깔고 인터넷 길을 연결하고 지상에서 가장 공정한 복권사이트를 오픈하려 한다는 주장도 과장"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또 한 네티즌도 "도박사이트는 당연히 차단해야 한다"며 "도박은 마약과 같이 백해무익한 것인데 이런 행위를 허락해 달라는 것은 훈넷측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남북관계가 미묘한 시점에서 발생한 훈넷 사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긴 역사적 안목과 남북교류를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