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카드대출 규제 再考를..趙東根 <명지대 정보투자대학원장>

신용카드 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잇따르자 정부는 고강도 규제를 포함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은 2004년부터 카드사의 현금서비스와 카드대출을 합한 자금융통 업무비중을 50%이하로 줄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결제로 발생한 채권평균잔액 범위에서만 대출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정부는 카드사로 하여금 본업인 결제서비스에 치중케 하고 신용불량자 양산을 방지하기 위해 직접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급증한 신용카드 관련 신용불량률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정부 조치에 수긍가는 면이 없지 않다. 2001년말 현재 현금서비스 및 카드대출 연체율은 7.4%다. 물품 구입에 따른 결제서비스 연체율 3.78%의 2배로서 일반은행 가계대출 연체율 1.2%보다 월등히 높다. 또 신용카드 신용불량자는 71만명으로 전체 신용불량자 2백77만명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치를 보면 어떤 형태로든 사전적 시정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카드 신용부실에 대한 냉정한 상황인식을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점이 고려돼야 한다. 첫째,카드신용은 가계가 별다른 심사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신용불량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1,2차 금융권이나 통신업체 등에서의 신용불량자 등록을 일시적으로 피하기 위해 카드를 이용한 경우 타 금융기관에서 발생했을 신용불량이 카드사로 전가된다. 둘째,신용카드 가계신용은 부동산담보 일반 가계대출과 성격이 다르다. 저금리 환경하에서의 일반 가계대출 급증을 우려하는 이유는 이들 자금이 부동산 및 주식 등 자산시장에 계속 유입될 경우 자산시장에 '거품'이 형성돼 경기 불안정성을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용카드 가계신용은 고금리의 '소액 급전융통'이기 때문에 자산시장에 거품을 형성하거나,거시경제 순환의 불안정성을 높일 여지는 거의 없다. 정부의 일률적인 카드대출 규제는 카드사의 '자산운용'에 대한 직접적인 간섭을 의미한다. 이는 카드사의 영업내용을 규제하는 것으로 자유기업원리와 충돌하게 된다. 카드대출을 규제해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겠다는 발상은 '단선적'일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신용을 잘 관리해 온 다수 소비자의 금융이용권리를 제한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식 정책이 될 소지가 높다. 일률적인 대출규제는 신용사회 정착에도 역행하는 조치다. 직접적인 대출규제가 불가피하다면 일률 규제를 피하고,신용불량률을 기준으로 카드사의 옥석(玉石)을 구별한 뒤 '차등관리'하는 편이 부작용이 덜할 것이다. 그러나 시장자율원리에 부합되는 정책방향은 카드사에 대한 자산건전성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다. 신용불량률이 높아 자산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카드사는 대손충당금 적립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위험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자발적으로 부실채권 발생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신용카드사의 신용불량자 현황과 연체율을 공시토록 해 '시장에 의한 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리고 신용불량자 감소 인프라구축 차원에서 카드사의 엄정한 개인신용평가가 가능하도록 소비자 신용정보 공유를 위한 장치,예컨대 신용평가기관(credit bureau)의 활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용카드 가계신용은 무담보부채로서 경기 변동에 따라 상환능력이 영향을 받으나,사회적 위험은 자산거품을 유발할 수 있는 일반 가계대출에 비할 바가 못된다. 그리고 현재의 신용카드 부실은 카드사의 당기순이익 규모와 자산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닌 듯 싶다. 따라서 소비자의 금융이용권리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서까지 굳이 카드대출 규제를 해야 하는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바람직한 정책방향은 규제 대신 시장친화적 관점에서 신용카드 시장의 건전화와 효율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제도정비에 조율되어야 한다. 그리고 금융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돌아가야 한다. dkcho@mju.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