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닮은 '나노구동기' 개발.. 조영호 KAIST 교수

국내 연구진이 나노미터(㎚)단위로 조절되는 '나노구동기'를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조영호 교수팀은 생체근육을 흉내낸 나노구동기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나노구동기는 실리콘을 재료로 만든 것으로 생체근육이 전기적인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정전기를 사용,동작하는 장치다. 지금까지 나노 단위의 모터는 많이 개발됐지만 오차가 크고 전기적인 잡음 때문에 실제로 활용하긴 어려웠다. 조 교수팀은 근육을 모방,최소 12.4나노미터의 정확도로 움직이는 나노구동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운동 범위는 5.46마이크로미터(㎛)이다. 일반적인 원형 모터와 달리 앞뒤로 진동하는 방식으로 최대 7천2백회까지 진동할 수 있다. 원하는 위치에 멈추게 조절할 수 있다. 크기는 가로 세로 1.2㎜이다. 조 교수팀이 개발한 나노구동기는 미세한 움직임을 제어할 필요가 있는 곳에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조 교수는 "DNA에 있는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원자 하나를 저장매체로 쓸 수 있는 저장장치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노구동기를 사용하면 1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에 CD 2장을 기록할 수 있는 저장장치나 유전자 치료에서 유전체를 세포에서 손상된 위치에 정확히 옮겨 놓는 장비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나노 수준의 다양한 장치가 개발됐지만 실용화하기 위해선 나노구동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세한 굵기의 펜을 만들어도 정확하게 조절해 쓸 수 없으면 소용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미세한 광신호를 빠르게 처리하는 초소형 장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근육을 모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연구에 몰두해 성과를 올렸다. 조 교수는 현재 나노구동기를 실제 광신호처리 장치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향후 나노구동기 여러개를 연결해 나노미터 단위의 정확도를 가지면서 움직이는 범위는 훨씬 넓은 구동기를 개발할 예정이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