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전문기자의 '유통 나들목'] 바이킹의 상인정신

바이킹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범선을 타고 해안 곳곳에 나타나 약탈을 일삼는 북유럽의 야만족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바이킹이 뛰어난 상인정신의 소유자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바이킹은 일반적으로 옛 노르드어에 뿌리를 둔 스칸디나비아 및 유틀란드 반도에 살았던 북게르만 민족을 뜻한다. 국가 개념으로 말하면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를 모국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바이킹은 중세 유럽 역사 중 서기 800년부터 1050년까지 2백50년간 맹활약했다. 열악한 자연환경 탓에 일찍부터 나라 밖에서 먹거리를 구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은 초기 약탈자의 모습에서 차츰 무역상인으로 변해갔다. 이를 가능하게 한 두 가지 조건은 뛰어난 조선술과 항해술.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를 발견해 대규모 식민지를 거느리는 한편 유럽 각지에 교역 도시를 건설,상인 신분으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다른 민족이 연안 항해밖에 하지 못하던 시절에 유럽 전역을 왕래할 정도로 장거리 원정 항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 이들은 13세기에 이르러 꽤 체계적인 '장사 교과서'를 만들어내게 된다. 학자들은 이 책을 '바이킹의 비즈니스 가이드(The Vikings' Guide to Good Business)'라고 이름 붙였다. 이 책에는 다른 나라에 들른 무역 상인이 낯선 나라에서 제대로 장사를 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행동거지에 대한 규범이 간결한 경구 형태로 기록돼 있다. 전체 33개 항목 가운데 42%인 14개 항목이 정보수집과 인맥구축에 관한 내용이다. 그 중 △아침 일찍 교회로 가 사람들의 기도 내용에 귀를 기울여라 △많은 사람들을 식사에 초대해 친분을 쌓아라 △도시에 머무를 때는 왕실 관계자와 끈이 닿는 주인이 운영하는 숙소를 골라라 △옷차림과 음식에 신경쓰고 식사나 파티에서 섣부른 행동을 삼가라 등의 내용은 구체성을 띠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이같은 바이킹의 상인정신은 8백년간 이어져 내려왔다. 인구 8백90만명에 불과한 스웨덴이 무려 8백60개의 다국적 기업을 만들어낸 건 이런 연유에서다. 세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 탁월한 기업가도 꾸준히 배출했다. 이동통신 시장의 거인인 '에릭손'을 세운 라스 마그나스 에릭손,명품 자동차 '볼보'를 만든 아서 가브리엘슨,연간 매출 80억달러인 세계 1위의 통신판매회사 '이케아'의 창업자 잉그바르 캄프라드 등은 그 대표적 사례. 척박한 땅과 혹독한 자연환경에도 굴하지 않은 바이킹의 도전정신은 오늘날에도 본받을 만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