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 3부 : (9) '결산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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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용 저효율의 늪에 빠진 우리나라 선거와 정치풍토를 바꾸기 위해선 정치자금 모금내역과 사용내용을 철저히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또 선거공영제의 확대는 당초 취지와 달리 국고부담만 늘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법인세의 1%를 정치자금으로 납부토록 하는 방안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했다.
한국경제신문이 23일 연중기획 시리즈 '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의 제3부를 마무리하면서 본사 14층 회의실에서 연 좌담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 참석자 (가나다 순) ]
김민전
김부겸
김석중
김호열
정장선
안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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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안청시 교수) =우리나라 정치가 겉으로 보기에는 민주주의의 새옷을 입었지만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몸집이 커 옷이 헐어 터지는 상태에 있는 것같습니다.
'정치는 부패와 직결돼있다'는 얘기도 스스럼없이 나오는 현실입니다.
먼저 우리 정치권의 문제점들을 짚어주시지요.
▲ 김민전 교수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이 음성적 정치자금에 의존하는게 문제라고 봅니다.
이것이 결국은 정치부패와 정경유착,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왜곡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이지요.
또 정치자금에서 국고의존도가 너무 높아요.
국고의존도가 높아질 수록 정당이 관료화돼 유권자나 당원들에게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국고보조금이 늘어나면서 이것이 당 최고위층의 권한을 강화하는 물적토대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김부겸 의원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돈은 엄청나게 쓰는 것 같은데 하는 일은 별로 없다'로 요약되는 것 같습니다.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정치권에 비효율이 있더라도 별 문제가 안됐습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3∼5% 경제성장도 달성하기 힘든 상황에 봉착하자 비효율적인 정치권이 도마에 오른 것이지요.
그러나 지금 당장 투명성과 효율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투명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봅니다.
▲ 정장선 의원 =사실 저만 해도 말이 국회의원이지 당에 돈이 얼마 들어오고 나가는지 전혀 모릅니다.
그래서 얼마전 정당내에도 당의 예산을 다루는 예산결산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정당 예산에서 각 부문별로 얼마를 배정할지 사전에 합의해서 사용하고 결산에 대해선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모든 정치인들이 범법자로 몰릴수 밖에 없습니다.
연간 모금한도는 3억원밖에 안되는데 이는 웬만한 의원의 연간 지구당 운영비밖에 안됩니다.
따라서 후원금 모금의 상한선을 폐기하는 대신 지출내역을 엄격히 실사받도록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김호열 실장 =정치자금법이 너무 허술해 빠져 나갈 구멍이 다 마련돼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우선 '정치활동을 위해 제공된 돈'이라는 정치자금의 정의규정 부터가 잘못돼 있습니다.
정치인에게 집이나 자동차를 사라고 주는 돈은 규제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또 정치자금을 선관위에 보고할 때 수입은 총액만 보고하도록 돼있어 자세한 내역을 알 길이 없습니다.
은밀하게 사적으로 받은 돈은 신고를 안해도 문제가 안됩니다.
▲ 김석중 상무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힘듭니다.
정치도 기업처럼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나 먼저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봅니다.
정치자금의 회계와 입법과정 등이 투명하게 공개만 된다면 효율성은 자연히 높아지게 된다고 봅니다.
▲ 김 교수 =투명성 확보의 중요성에 정치권이 동의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관련법에는 투명성 조항이 없어요.
▲ 사회 =해답이 없는게 아니고 다들 알지만 법과 제도로 가는 과정에서 입법하는 사람들(정치인)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넣다보니 법안이 국회를 거치면서 우답으로 나오는게 문제인것 같습니다.
▲ 김 실장 =정치권의 쓰임새도 줄여야 합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1인당 연간 지출한도 3억원이 왜 부족한지 이해가 안됩니다.
일당을 주고 사람을 동원하는 선거운동이나 선거에 임박한 의정활동 보고, 지역주민에 대한 경조사비 지출 등의 행태가 지속되는 한 정치인이 자금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일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 사회 =이제 정치자금의 제반 문제점들이 나왔으니까 해답을 찾아보시죠.
▲ 김 의원 =저는 지구당 유지비, 의정보고서 작성 등으로 월 1천5백만원 가량을 씁니다.
그러나 아마 제가 의원들중 가장 적게 쓰는 편에 속할 겁니다.
중진의원의 경우 1년에 (법정한도인) 3占篇謗?안쓴다면 지역유권자들로부터 인정받기 힘듭니다.
따라서 경조사 화환금지 등의 규정처럼 특정부분에 대한 지출을 법으로 금지시켜 정치인을 고비용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입법과정도 문제입니다.
동료의원들의 정치행태를 다 아는 의원들이 누구나 범법자로 쇠고랑을 찰 수도 있는 법안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선거구를 획정할 때 이해관계가 있는 의원을 의사결정 라인에서 제외하듯이 최종 법안을 성안할 때 전문가들만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 정 의원 =돈쓸 곳은 줄이지 않고 깨끗한 정치를 얘기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올해 국고보조금으로 1천1백38억원이 나왔고 정당이 후원금으로 모금할 수 있는 한도가 4백억원 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치르라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실제로는 몇천억원 내지 조단위가 뿌려집니다.
물먹는 하마같은 정치구조에 획기적 개선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동원된 정당연설회나 조직동원을 과감히 없애고 TV토론이나 정책대결로 갈 수 있도록 제도를 완전히 고치지 않으면 안됩니다.
▲ 김 교수 =국고보조금 규모가 80년의 1백40배 가량 늘었어요.
깨끗한 정치라는 명분하에 국고보조금만 늘려왔지요.
그러나 '그만큼 정치가 깨끗해졌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아니오'라고 대답합니다.
이번에도 선거공영제를 확대해 정치를 깨끗하게 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국고부담만 늘리는 결과가 초래될 겁니다.
공기업도 민영화하고 있는 마당에 정치만 공영화하자는 건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공영화란 것이 대부분 모럴해저드로 이어지고 있지 않나요.
▲ 김 실장 =선거공영제가 선거판에 돈만 더 대주는 제도라고 오인하면 곤란합니다.
정치권에 음성적으로 들어가는 돈을 차단하자는 것이 본래 의도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정치인의 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선거비용을 댈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아울러 음성적으로 돈을 주고 받을 경우 아주 가혹할 만큼 처벌해 법이 무서워서라도 감히 불법을 자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바탕에서 국가가 보조금을 지원하자는 것입니다.
▲ 정 의원 =최근 정치권의 변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민경선제가 도입돼 모든 공천이 상향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당운영도 지구당 중심, 정책중심으로 옮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런 기회에 정치자금과 관련한 제도적 변화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효율성 부분은 언론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압력을 넣을 경우 분명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검찰 등 사정당국도 위법한 정치인을 엄격히 처벌해야 합니다.
지방선거는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대선부터라도 확실히 모범을 보일 경우 정치권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김 상무 =현정부 출범이후 4대 개혁이 추진됐는데 정치개혁은 왜 포함되지 않았는지 아쉽습니다.
그래서 전경련에서 이번에 차기정부의 정책과제로 '정치권의 고해성사와 특별법 제정'을 건의한 것입니다.
선거공영제 등 구체적 부분은 시민단체나 정치권 외부에서 외국의 선례를 참고삼으면 좋은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사회 =법인세 1%를 정치자금으로 기탁하자는 논의도 정치자금 투명성과 관련되지 않습니까.
▲ 김 실장 =이 제도는 법인세를 3억원 이상 내는 기업으로부터 세액의 1%를 정치자금으로 의무기탁토록 하자는 것입니다.
대신 법인세를 낸 기업은 일체 후원회 등에 가입을 금지하자는 취지입니다.
기업을 정치자금 부담으로부터 완전히 해방시키자는 취지에서 선관위가 관련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 김 상무 =재계는 이 제도를 부정적으로 봅니다.
우리 현실에 기업이 법인세 1%를 정치자금으로 기탁하더라도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봅니다.
결국 이중과세가 될 것이라는 얘기지요.
법인세는 세계적으로 줄여가는 추세인데 법인세의 비중이 현저하게 떨어질 경우에 문제가 됩니다.
▲ 김 교수 =저도 동감입니다.
지정기탁금 제도가 폐지되는 과정에서 선관위측이 고안한 아이디어로 보입니다만, 기업에만 부담지우는 것은 정치적 자유를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요.
선거공영제를 염두에 뒀다면 차라리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 사회 =오늘 논의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되는것 같습니다.
하나는 선거나 정치자금과 관련해 정치권 내부에서 '뭔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는 새로운 각오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이제는 재계가 정치에 의존해서는 기업을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정치자금 문제가 당장 해결될 수 있는 과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바둑으로 치면 서너수 앞을 내다보고 차근차근 풀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정리=김병일.윤기동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