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하이닉스件은 청문회 감"


지난해 11월21일 하이닉스반도체 구조조정특위위원장에 내정됐던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기자와의 인터뷰 중간에 "하이닉스 문제는 청문회 감인데…참 험한 일이야"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일이 있다.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렸던 이 말이 이제는 점점 기자의 피부에 와닿는 말이 되고 있다.
MOU(양해각서)에 따르면 채권단으로서는 각종 비용을 다 떼고 우발채무부담까지 지고 나면 하이닉스의 메모리부문 매각대금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사정은 충분히 짐작이 된다.


이번 매각을 강행하는 주역은 누가 뭐래도 정부다.
물론 채권단의 우유부단한 태도를 감안하면 정부의 개입을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채권단 뿐 아니라 전문가들조차 의아해하는 조건으로 매각을 한다면 이는 분명 문제가 있다.


채권단의 의뢰를 받아 하이닉스의 생존경쟁력을 점검했던 세계적 투자은행 살로먼스미스바니는 지난해 9월 "하이닉스는 상당한 성장 잠재력과 경영능력을 갖고 있다.
채권단이 부채를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하이닉스가 지속적으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모니터컴퍼니도 같은 컨설팅 결과를 내놨다.


반도체 시장은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그리고 큰폭으로 반등 했다.
정부는 이미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에서 많은 실패를 겪어왔다.


정부가 기업들을 윽박질러 추진한 반도체빅딜이 결국은 하이닉스사태로 연결됐다.


빅딜 성공사례로 꼽혔던 현대정유의 인천정유(옛 한화에너지) 인수마저 두 회사의 동반부실화라는 길을 밟고 있다.


제일은행 매각과 AIG에 대한 현대투신 매각추진도 실패사례로 기록됐다.


국민들이 헐값매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는 이런 이유드이 있다.


정부는 마이크론에 주는 지원을 그대로 적용하고도 하이닉스가 정말 독자생존할 수 없는지를 먼저 입증해야 한다.
기업구조조정을 빨리 마무리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대외적인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에만 집착한다면 이번 매각관련사건은 과거 신 장관이 했던 말처럼 청문회로 이어져야 할는지도 모른다.


김성택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