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림축구'] 얍! 소림고수들의 '엽기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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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무예의 달인들이 축구를 한다면?
선수들의 공중 볼트리핑,공력을 쏟아부은 대포알같은 슛,괴력으로 강슛을 막아내는 초인적인 수문장...
"동양의 찰리 채플린"으로 불리는 주성치가 감독 주연한 "소림축구"는 이런 기발한 착상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옮긴 환타지액션코미디다.
홍콩영화의 소림무공 전통에다 이 시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축구를 접목시켜 홍콩영화의 부흥을 꿈꾸는 야심작이다.
이 영화는 실제로 지난해 홍콩의 흥행기록을 경신했다.
최근 열린 홍콩의 금상장상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무려 7개부문 상을 받았다.
소림축구가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것은 주성치 특유의 지저분한 "화장실유머"를 탈색시키고 비교적 깔끔한 유머,화려한 액션,고강도 특수효과로 포장한 결과다.
영화는 소림무공을 익히고 하산한 사회부적응자들이 축구를 통해 재기하는 성공스토리다.
강철다리 씽씽(주성치),무쇠머리 대사형(황일비),회전묘기의 달인 이사형(막미림),철갑복부 삼사형(전기문),고공무예의 고수 사사형(진국곤),공중부양을 하는 뚱보 육사제(임자총) 등은 소림무예의 동문들이지만 하산한 뒤 밑바닥생활을 전전한다.
왕년의 스타플레이어 명봉(오맹달)이 이들을 규합해 축구팀을 결성한다.
축구훈련과 경기과정은 과도함의 극치로 표현된다.
공중에 차올린 볼이 한시간만에 떨어지고,달걀차기로 볼컨트롤을 익히는 등 그야말로 만화다.
강슛은 그라운드 가득히 광풍을 몰아오거나 화염으로 뒤덮인채 수문장을 향해 질주한다.
담벼락이 뚫어지고 골대도 박살난다.
이런 "엽기축구"구도 사이에 작은 러브스토리가 직조돼 있다.
만두빚는 처녀 아매(조미)는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는 씽씽을 사모한다.
그녀는 태극권 회오리무공을 바탕으로 최후의 수문장으로 나서 적팀의 불꽃강슛을 막아낸다.
패러디 장면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소림축구팀은 왕년의 액션스타 이소룡이 입었던 검정 줄무늬가 박힌 노란색 트레이닝복 차림이다.
수문장역인 사사형은 이소룡 특유의 얼굴표정과 몸짓으로 골을 거둬낸다.
"매트릭스"와 "라이언일병구하기"의 액션연기도 그대로 채용된다.
그러나 관객들은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그대로 잊혀지고 만다.
에피소드들이 지극히 가볍다.
아매와 씽씽의 러브스토리도 갈등구조의 인과관계 부족으로 슬픔의 심연에 닿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주성치의 작품은 채플린의 코미디에 비해 분명 한뼘쯤 모자란다.
5월17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