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佛 언론재벌의 '구사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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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세계 제2위 미디어그룹인 비방디 유니버설(VU) 주총이 열린 파리 시내 제니스극장.5천여명의 주주들은 장 마리 메시에 회장의 연봉 내역을 요구하며 임금을 프랑스와 미국 중 어디에서 받느냐고 소리를 높였다.
장외에서는 계열사인 카날플뤼스TV 노조와 반세계화 단체들이 몰려와 그의 퇴진을 외쳤다.
메시에 회장은 경영쇄신을 촉구하는 VU그룹 주주들과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계열사 직원들의 협공을 받았다.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두 그룹이지만 메시에 퇴진에는 뜻을 같이 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메시에 회장은 경영귀재로 추앙받았다.
프랑스인들은 비방디가 유니버설을 인수했을 때 프랑스기업을 세계적 기업으로 격상시켰다며 환호했다.
그의 자서전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그런 그가 지난 가을 가족을 뉴욕으로 데려가자 VU 본사도 뉴욕으로 옮길 것이란 소문이 나돌면서 호의적이었던 여론은 1백80도로 바뀌었다.
또 글로벌 경영을 강조한 그의 '프랑스 문화예외주의 종말'선언은 음악·영화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때부터 메시에 회장은 '미국의 앞잡이'란 낙인이 찍혔다.
그러던 중 VU는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부채가 1백90억유로로 늘어났고,주가는 1년새 46% 폭락했다.게다가 지난해 1백36억유로의 손실을 봤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메시에 때리기'가 본격화됐다.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계 역시 그를 미워했다.
이날 주총은 메시에 회장에게 수치와 모욕의 시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최고경영자(CEO) 지위를 보전할수 있었다는 것이다.
메시에 회장을 구해준 것은 다름 아닌 얽히고설킨 프랑스 재계의 커넥션이었다. 프랑스 사외이사회는 재계 총수들로 구성돼 있다.
메시에 회장이 여러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임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불신임안을 던질 수 없다. 게다가 VU 사외이사회에는 정보통신업 경기하락으로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한 알카텔의 취릭 회장과 역시 신경제 사업확장으로 큰 손해를 본 LVHM그룹 아르노 회장도 있다보니 메시에 회장에게만 돌을 던질 수 없었던 것이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