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리인상, 방법이 중요 .. 兪翰樹 <CBF 금융연구원 원장>

금리인상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등 정책당국간 이견이 없고,오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금리인상의 시기를 결정지을 요인은 1·4분기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다. 1·4분기의 통계는 5월20일께 나온다. 만약 1·4분기 성장률이 5% 가까이 나온다면 정책당국은 경기과열로 판단,즉각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분기별로 나눠볼 때 성장률이 낮은 1·4분기에 5% 가까운 성장이라면 연간으로는 6%정도 성장이 예상돼 경기과열로 볼 수 있다. 1·4분기 성장률에 관해 KDI는 4.9%,한은은 4.7%로 전망하고 있어 이르면 5월말,늦어도 6월중에는 금리인상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모두 고성장을 바라고 있어 6% 성장률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정부가 5% 정도 성장률을 갖고 과열우려가 있다며 금리를 올려 총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기업측에서는 '이제 좀 물건이 팔리고 가동률이 높아지는 마당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은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날까봐 걱정한다. 이 때문에 금리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 것일까. 금리문제는 이론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경제상황이 달라지면 시장이 즉각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어떤 식으로 반응하고 있는가. 주가와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가 많이 오를 것 같다는 기대를 누구나 한다. 더구나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있고,가계대출이 많이 나간 상황이니 물가상승압력이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당장 장기금리가 오르게 된다. 돈을 장기로 놀리는 측에서 물가상승 가능성을 감안해 금리를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3년 이상 장기채권시장에서 금리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금융시장의 실세금리는 오르는데 한은이 단기금리인 콜금리를 그대로 붙들 수 있을까. 단기금리를 붙들고 있으면 장단금리 차이가 커져 양쪽에 차익거래가 가능해진다. 단기시장에서 돈을 빌려 장기시장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단기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 금융시장에서 누구든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할 수는 없다. 이처럼 실물시장의 호조와 금융시장의 여러 여건이 금리인상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올려야 하나. 아마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식대로 0.25%포인트씩 올려가면서 시장 반응을 볼 것이다. 0.25%포인트라면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금융시장의 거래단위가 수백억,수천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단순히 성장률만 가지고 과열여부를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현재의 경기회복은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견인하는 것인데,이것은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식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민간소비란 과소비가 아니고 은행에서 가계대출을 받아 대부분 주택구입자금이나 전세금에 쓰는 것이다. 건설투자도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주택건설분야의 규제를 완화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설비투자는 좀처럼 늘지 않고,수출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겨우 살아나는 경기가 순식간에 위축될 가능성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계대출이나 부동산 시장을 잡자고 올린 금리가 수출기업에 부담을 줘서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물시장에서의 금리인상 압력과 기업측의 신중론을 함께 고려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금리인상은 한은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결국 칼자루는 한은이 쥐고 있다. 한은은 최근 계속 엄포를 놓고 있다. 곧 금리를 인상할 뜻을 내비치는 것이다. 이런 방식에 대해 비판도 있으나 금리문제에 대해선 옳다고 본다. 가만히 있다가 느닷없이 올리기보다 계속 경고를 해 시장이 금리인상에 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 이런 관행이 정착되면 시장이 한은 총재의 입을 바라보고 전략을 수립하는 전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hansoo-yu@hanmail.net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