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정부의 외환 중장기 발전방안, "실현성 고려 미흡"

재정경제부가 최근 외환시장 중장기 발전 방향으로 내놓은 방안 가운데 일부가 선언적이고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재정경제부가 금융발전심의회를 거쳐 발표한 '외환시장 중장기 발전방향' 가운데 발표 직후 논란이 됐던 장외파생상품 취급 허용 기준의 혼선 외에도 국내 중개회사의 외국사 업무제휴 유도 방안이 바로 그것. 재경부는 외국환 중개회사의 기능 제고를 위해 우선 서울 외국환중개, 한국자금중개와 외국사와의 업무제휴 등을 유도해 중개기능의 효율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중장기적으로 신규 외국환 중개회사의 진입을 허용하고 인가제를 폐지할 방침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내 중개회사는 단순한 상품중개에만 그치고 있다"며 "그러나 (외환시장) 참여 금융회사가 늘고 다양한 상품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외국사와의 제휴를 통해 적극적인 상품개발과 서비스 제고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중개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외국사와의 제휴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재경부의 방침은 정말 중장기적인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바가 적지 않으나 국내 외환시장이나 업계 현실 등은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 외국과 제휴 실현성 낮아 = 특히 중개회사들의 입장은 정부의 인식과 사뭇 다르다. 외국사와의 제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 많고 올해 중 제휴 여부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서울외국환중개의 한 관계자는 "해외 중개사의 경우 대부분 한국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많으면 30명 정도나 된다"며 "당장 (한국 진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시장 자체도 작년 1/4분기에 하루 평균 거래량이 41억달러에 달했으나 올해는 33억달러로 줄었다"며 "달러/원 환율도 안정된 추세를 보이고 있어 들어올 만한 메릿(잇점)이 없다"고 말했다. 외환거래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돼야 외국사들이 진출을 고려할 여건이 되나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 최근 환율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거래량도 4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나 추세로 보기엔 아직 미흡하다는 관점. ◆ 외환거래 증가전망 불투명 = 또 오는 7월 1일부터 증권·보험사의 중개회사를 통한 외환거래가 가능해지나 이때부터 당장 외환거래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은행간 거래를 위한 자금이체, 백오피스(Back office) 구축 등 사전준비가 충분치 않은 데다 일부 대규모 증권·보험사를 제외하고는 신용공여 한도가 적어 적극적인 거래 참여가 어렵기 때문이다. 재경부 관계자도 "외환거래 수요가 크고 신용도가 높은 일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외환시장 참여가 이뤄질 것"이라며 "소규모 증권·보험사는 은행간시장 직접 참가비용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현행과 같이 은행을 통한 거래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서울외국환 중개 관계자는 "현재 NDF(역외선물환), 이자율스왑, 통화스왑 등이 어느 정도 도입돼 있어 해외중개사가 들어온다고 해서 선진중개상품을 반드시 선보이는 게 아니다"며 "상품 도입의 경우 투자자 위험, 국내 시장 여건 등에 맞춰 도입돼야지 급하게 서두를 것도 없으며 올해 중에는 제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M&A 등 업계동향 고려돼야 = 더불어 최근 외국중개사들의 인수합병(M&A)이 진행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제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6∼7개에 이르던 중개사는 최근 M&A를 통해 3∼4개로 줄어든 데다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이어서 업계 동향을 살필 수밖에 없으며 제휴선을 잘못 잡으면 다른 회사로부터 배척받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 시장 여건상 외국사와의 제휴가 당장 시장 발전을 담보로 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자금중개 관계자는 "중개시장 자체가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지도 않을 뿐더러 틈새 시장정도로 보면 된다"며 "외국사들이 한국에서 단독으로 중개사를 설립하거나 제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지 않아 이같은 발상은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장기적인 발전상 (제휴를) 배제하지 않고 있으나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마케팅, 서비스 등을 통해 시장의 평가가 이뤄지는데 당장 외국사와 제휴한다고 해서 평가가 나아지리란 보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