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주식 교육

미국 초등학교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들이 가장 당혹해 하는 과목이 수학이다. 대체 구구단도 제대로 외우지 못해 손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하는 미국 아이들이 어려운 문제를 척척 풀어내니 말이다. 미국의 수학교육은 단순한 계산이나 공식을 대입한 문제풀이 방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다. 외워서 하는 일들은 계산기가 대신 해주니 굳이 배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인 듯 하다. 수학이라지만 논리와 창의성개발에 주력하고,또 가능한 한 일상생활과 접목시키려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음악의 빠르고 느린 비트가 사람의 맥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한 다음 그래프를 만들어라"하는 식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클래식에서부터 하드록 음악까지 다양하게 들어야 하고,연령별로 동네 아주머니 할머니를 다 동원해야 한다. 실험이 끝나면 분석을 하고 그래프를 만들어 급우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과제는 마무리된다. 결국 그래프의 수학적 원리를 터득하면서 부수적으로 온갖 종류의 음악과 이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수학시간에 경제생활과 밀접한 주식투자도 가르친다는 소식이다. 워싱턴DC 인근의 초등학교 학생들은 등교하자마자 신문의 경제면부터 펴들고 기업기사를 꼼꼼히 읽으며 주식시세표를 분석한다. 주 경제위원회에서는 '컴퓨터 모의 주식투자게임'도 실시한다. 가상의 돈 10만달러를 갖고 10주 동안 투자한 뒤 실적을 비교하는 것이다. 투자의 모든 과정에 교사가 참여해 학생들을 지도하고,투자결과는 수학성적에 반영된다. 오는 여름방학 때는 뉴욕 증권시장에 교사들을 보내 특별연수도 받게 하는 등 학교와 경제현장을 연결하는 행사가 다채롭게 마련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교육은 주식투자가 일확천금이 아닌 건전한 투자로 인식케 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수학과 함께 주식을 배우는 초등학생들이 월가(街)에 진출해 증시분석가로 활동할 때 미국의 경제력은 더욱 튼실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산수는 못해도 수학적 재능을 키우는 교육방식이 부럽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