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댐 비워 놓는다 .. 금강산댐 하단부 누수...붕괴 대비

북한 금강산댐의 안전성 논란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 댐 하단부에서 이미 물이 새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강산댐의 대응댐인 우리측 평화의 댐 설계과정에 참여한 댐 전문가 최석범씨(수자원 기술사)는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금강산댐 하단부 여러 곳에서 물줄기가 새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2일 밝혔다. 그는 또 "일반적으로 사력댐(흙과 자갈을 쌓아 만든 댐)의 하단부는 단단한 암반 위에 건설되고 댐 폭이 수백m에 이르는데 어떻게 물이 샐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보통 물막이 공사를 끝낸 뒤 본격적으로 댐을 축조하는 과정에서 홍수기에 대비,방류구(spill way)를 설치하는데 금강산댐은 방류구로 볼만한 시설이 현재 없다"고 덧붙였다. 건설교통부는 오는 7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남북경제협력위원회에 금강산댐 공동조사를 북측에 요구하는 한편 금강산댐의 누수나 붕괴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 화천댐을 비워 놓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금강산댐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껏 위성사진을 통해 파악된 상황은 금강산댐 상부 3곳에 함몰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이에 앞서 올 1월15일부터 20여일간 금강산댐으로부터 3억5천만t의 흙탕물이 쏟아져 내려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금강산댐이 부실 시공돼 누수나 부분 붕괴를 우려한 북측이 인위적으로 방류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따라서 이런 부실이 우기 때 금강산댐 붕괴로 이어질 경우 하류쪽인 평화의 댐과 화천댐 유역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학계 전문가는 "하루 3백∼5백㎜의 폭우가 내릴 경우 금강산댐의 일부가 소실될 수 있다"며 "금강산댐의 구조적 결함 때문에 우기에 물이 찰수록 댐 붕괴 가능성은 커진다"고 지적했다. ◆ 정부 대처방안 =정부는 일단 북측과 합의를 거쳐 금강산댐에 대한 실태파악을 한 뒤 공동 대처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부실이 확인되면 댐 전문인력과 기술, 건설자재 등도 지원할 방침이다. 남북간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여러 가지 대응책도 마련 중이다. 건교부는 일단 금강산댐의 총 저수용량을 20억?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현재 담수량은 6억∼7억t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현재 유효 저수량이 각각 5.9억t과 6억t 규모인 평화의 댐과 화천댐을 활용하면 금강산댐에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는게 건교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하루 3백∼5백㎜의 폭우가 내려 금강산댐이 붕괴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건교부 박동화 차관보는 "오는 7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남북경제협력위원회에서 금강산댐 안전 문제에 대한 공동조사를 요청하는 한편 협상 결렬에 대비해 총 저수용량 10억t인 화천댐을 비워 놓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선 금강산댐의 부실 여부를 예단하는 것은 곤란하며 일단 공동조사를 벌여 상황을 파악하는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번 남북경제협력위원회를 계기로 북한 금강산댐 붕괴 등에 대비하기 위해 북측과 수자원을 공동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남북 공유하천 공동관리기구(가칭)'를 구성하는 방안을 북측에 제의하기로 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