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부활의 나래'..'박수근 효과'...낙찰률 70%.가격 상승

국내 미술시장에 '박수근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고의 인기작가인 박수근(1914~1965년)의 작품 가격이 경매에서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면서 김환기 장욱진 백남준 이우환 김창열 이왈종 등 이른바 '빅 10'에 드는 작가들의 작품도 덩달아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술계에선 10년 이상 지속돼온 불황을 끝내고 미술 경기가 비로소 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에서 실시된 메이저 미술품 경매 결과가 그 신호탄이다. 이날 경매에는 출품된 근·현대 미술품 69점 중 48점이 팔렸다. 낙찰률은 70%.평소 메이저 경매 낙찰률이 50%에도 못 미쳤던 것에 비해 놀라운 실적이다. 서울옥션측은 이를 '박수근 효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순응 서울옥션 대표는 "주식시장에서 우량주가 선도하면 시장 전체가 살아나듯 박수근의 그림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그 효과가 다른 인기작가들에게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이날 경매에는 박수근 작품이 무려 7점 출품됐다. 박수근 그림이 경매에 이처럼 무더기로 나온 것도 드문 케이스다. 그의 인기를 반영하듯 출품된 7점 중 판화인 '노상'을 제외한 6점이 팔렸다. '아기 업은 소녀'(38?17㎝)는 5억 5백만원에 낙찰돼 지난 3월말 경매에서 '초가집'이 세운 4억7천5백만원의 기록을 한달만에 갈아치웠다. 또 '민화꽃'은 2억원에,'농촌풍경'은 1억3천만원에 각각 팔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각각 9점과 4점이 출품된 백남준과 김환기의 작품은 모두 판매되는 진기록이 연출됐다. 장욱진의 경우 5점 중 4점이,이우환은 7점 중 5점이 낙찰됐다. 이들의 경우 작품만 많이 판매된 게 아니라 가격도 전에 비해 크게 올랐다. 이옥경 가나아트센터 대표는 "장욱진 화백의 경우 대표작들은 IMF사태 이전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고 설명한다. 그의 3∼4호 대표작들은 IMF사태 이전에 3천만∼4천만원선에서 거래됐지만 요즘은 8천만원을 웃돈다는 것.실제로 이날 경매에서 그의 70년대 대표작 '마을'(5호)은 추정 최고가인 1억2천만원에 낙찰됐다. 미술계에선 경매에서 작품 거래가 이처럼 활발한 데 따라 월드컵이 열리는 올해에 미술시장이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림픽을 치렀던 지난 88년 미술 경기가 활황을 보인 것처럼 월드컵을 계기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심리이기도 하다. 미술시장 회복이 시기상조란 견해도 적지 않다. 인사동의 N화랑 대표는 "기획 전시를 해도 작품이 안 팔려 손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작품 거래는 몇 몇 인기작가에 국한된 얘기"라고 잘라 말한다. 청담동의 C갤러리 대표도 "이사 시즌의 영향으로 최근 5백만원 이하 작품들은 비교적 거래가 잘되는 편이나 1천만원 이상의 작품을 구입하는 고객은 적다"며 "미술시장이 회복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한다.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