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권기자의 벤처열전] 엔케이와 이동식 충전소

지난해 7월 부산 사하구 신평공단에 위치한 선박용 소화장치 전문제조업체인 엔케이(NK)에 환경부 관계자들이 긴급 방문했다. 대기보전국의 국장 과장 사무관 등이 총출동했다. 엔케이가 특수트럭형태의 이동식 천연가스 충전소를 수출한다는 얘기를 장관으로부터 듣고 바로 달려온 것. 김명자 환경부 장관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환경관련 전시회에 갔다가 우연히 이동식 충전소를 보게된다.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해 천연가스 버스 보급이 지지부진해 돌파구가 필요할 때였다. 더구나 충전소를 지으려해도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고 투자금액이 많이 들어가 고민하던 중이었다. 김 장관은 한국의 엔케이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뜻밖의 말을 중국측으로부터 듣고 놀랐다. 엔케이라는 회사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현지 조사를 통해 엔케이 제품의 우수성을 파악한 환경부는 이때부터 이동식 천연가스 충전소 보급에 적극 나서게 된다. 관련법에 규정이 없다는 걸 알고는 시범(연구)사업으로 분류,법 개정에 앞서 국내에 판매할 수 있도록 발빠르게 움직이기도 했다. 한 대에 2억원 가량하는 이동식 천연가스 충전소는 지난해 12월부터 46대가 보급됐다. 월드컵이 열기기 전까지 50대가 추가 배치된다. 천연가스 버스는 현재 1천3백50대가 운행 중이다. 환경부는 올해말까지 버스 3천대를 보급하고 오는 2007년까지 1만7천대를 전국에 보급할 계획이다. 엔케이는 원래 세계적인 선박용 소화장치 제조업체다. 엔케이는 소화용기 제작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99년부터 70억원을 투입,이동식 천연가스 충전소를 개발했다. 천연가스 버스에 장착되는 고압가스용기도 98년부터 1백50억원을 들여 개발,국내외 버스자동차 메이커에 납품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의 사업성만 보고 뛰어든 박윤소 엔케이 사장의 결단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박 사장은 모험과 도전의 벤처정신이 배어있지 않은 제품은 1등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의 나이가 62세이지만 벤처정신이 없는 기업은 시한부 기업이라는 그의 목소리에서 젊은 벤처기업가 못지않은 정열이 느껴진다.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