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무늬만 민영화.. 정치에 휘둘리는 국민기업

미국 경영전문지 포보스로 부터 세계 최고수준의 기업으로 평가받은 "국민기업 포스코"가 국내 게이트 정국의 파도에 휩쓸려 흔들리고있다. 유병창 포스코 홍보담당 전무는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의 포스코청탁관련 발언을 했다가 하룻만에 말을 뒤집는 등 파문을 일으켰다가 7일 전격적으로 보직해임됐다. 정치권과 재계에선 유 전무 파동을 놓고 겉으론 민영화기업이지만 여전히 정권실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포스코의 외풍타기쉬운 입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케이스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포철맨들은 최규선씨같은 정치력을 등에 업은 브로커들의 집요한 로비 공세에 맞서 포철 간부들이 악전고투하는 과정에서 파편이 유 전무같은 희생양을 만들고있다는 반응들이다. 심지어 유회장의 거취문제에도 영향을 미칠지 재계는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포철은 지난 2000년 10월 민영기업으로 거듭나면서 겉으론 정부나 정치권의 눈치를 살필 이유가 없어졌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다. 주인없는 알짜기업이다 보니 갖가지 외부 유혹과 압력에 늘 노출돼 있는 것이다. 포스코가 최근 미국의 포브스지로부터 세계 최고기업으로 선정된 게 무색할 정도다. 검찰의 조사결과가 나와 봐야겠지만 이번 일은 포스코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다 주고 있다. 포스코 직원들의 피해의식은 더할 나위없다. 일손을 놓다시피 한 한 직원은 "민영화되면 뭐 하나. 정치풍토가 안바뀌었는데.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한 국내 기업들은 시달리게 돼 있다"며 자괴감을 털어놓고 있다. 포철은 박정권이후 정치외풍에 시달려왔고 국민의 정부들어서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주총을 앞두고 유상부 회장이 경질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당시에도 정치권 실세 K씨의 청탁을 잘 들어주지않았기 때문이라는 루머가 뒤따랐다. 포스코 관계자는 "민영화 직후 정치 실세쪽에서 지난 98년 공기업 시절 선임됐다는 이유로 유회장 거취문제에 대해 은근히 압박해왔다"고 전했다. 유 회장은 올들어서도 정치권의 적지 않은 압력을 의식하는 얘기를 하곤 했다. 그는 미국에서 해외IR을 앞둔 지난 1월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치적인 논리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국내 어느 기업보다 투명한 후계경영구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이 유난히 "글로벌 스탠다드""주주중심경영"을 강조해온 것도 이런 압력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분석도 포스코 안팎에서 나돌고있다. 정치쪽의 로비와 압력은 포스코 직원들의 사기마저 꺾어놓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국정감사와 감사원의 감사를 받지 않는등 제도적으로 완전한 민영기업인데도 게이트 연루같은 불미스런 일이 터질 때마다 아직 "무늬만 민영화"라는 한국적 현실을 절감한다"고 하소연했다. 앞으로 유 회장과 김홍걸씨의 만남을 주선한 주체가 누구인지,포스코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는지,청와대쪽의 은근한 압력이 있었는지 검찰이 밝혀낼 것이다. 포스코를 잘 아는 전직 고위 공직자는 "박정권때만 빼고 포스코에 납품청탁,인사청탁등이 정권실세나 이른바 친인척이라는 부류들 쪽에서 끊임없이 쏟아졌었다"면서 "박태준 전 회장등이 바람막이 역할을 많이 했고 포철맨들도 산전수전 겪는 과정에서 외부입김에 대한 대응력을 길러왔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국민기업" 포스코의 국제적인 기업이미지는 물론이고 유 회장의 `성공한 전문경영인" 이미지나 장래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김후진 김홍열 이상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