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시민 월드컵 .. 강석천 <한국감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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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올림픽과 함께 세계인의 가장 큰 축제다.
뜨거운 열기로 보면 오히려 올림픽보다 한수 위다.
그런 월드컵이 바로 코앞에 닥쳐왔다.
어려운 지방재정으로 10개 경기장을 건설해낸 것이 참으로 대견스럽다.
다만 월드컵 손님맞이를 위한 우리의 시민의식까지도 완벽하게 준비되었는가 하는 문제는 차제에 모든 국민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만약 1988년 서울올림픽 때부터 꾸준히 시민의식운동을 전개해왔더라면 14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 생활주변이나 시민의식 수준은 얼마나 더 낫게 변했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1988년 올림픽 당시 세계 언론으로부터 문화올림픽으로 칭송받았던 성숙한 시민의식이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손님 오는 날 열심히 청소하고 부산떨다가 손님이 가고 나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계기를 개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일과성 행사로 끝내곤 하는 우리들의 고질적인 버릇 때문이 아닐까.
특히 금년에는 지방선거,대통령선거 등 선거열풍이 휘몰아치면서 그나마 조금 쌓아올린 시민의식마저 한꺼번에 무너질까 걱정이다.
이번 월드컵은 지역별 특성을 살린 경기장에서 자치단체 주관으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서울올림픽과 차별화된다.
따라서 이번에는 지방자치단체 차례다.
아직 늦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차피 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계속돼야 할 운동이기 때문이다.
서울올림픽 때는 100대 과제니 10대 과제니 해서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하려고 하다 낭패를 보지 않았나 생각한다.
운전할 때 안전띠착용 하나만을 철저히 준수해도 다른 교통규칙까지 덤으로 지키게 되는 이치다.
그러나 이러한 질서운동은 이에 따른 유인책이나 여건조성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인도를 걷다 갑자기 실종되는 도로,인도가 온통 불법주차장으로 둔갑하는 상황에서는 도저히 질서를 지킬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시설개선이나 강력한 단속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대목이다.
질서를 지키는 것은 편리한 것이라는 의식도 중요하다.
옛날에 기차를 탈 때 자리를 먼저 차지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넘어지던 일,은행이나 동사무소 창구에서 먼저 볼일을 보려고 서로 얼굴을 붉히던 일들도 지정좌석제나 대기번호표제 하나로 말끔히 해결된 것을 기억하자.
지자체에서 시민단체와 손잡고 지역의 특성을 살린 아이디어로 시민 월드컵을 위한 질서 지키기 운동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