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글로벌리즘은 없다 .. 이인화 중.단편집 '하늘꽃' 출간

"문학 시장이 10년 전에 비해 형편없이 위축됐습니다. 작가들이 자기만족에 빠져 위기를 대비하지 못한 탓이죠.이동통신시대가 되면서 휴대폰사용료가 책값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책을 사지 않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소설가 이인화씨(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는 요즘 학생들에게 플롯(Plot,구성)을 가르치려해도 소설에 마땅한 예가 없어 영화를 택하게 된다고 고백한다. 이는 문학이 위기란 증거.이씨도 지난 5년간 오페라 발레 퍼포먼스 대본을 쓰며 외도했었다. 최근 뇌수술까지 받은 그가 오랜 공백을 깨고 중.단편집 "하늘꽃"(동방미디어,8천8백원)을 냈다. 이씨는 표제작에서 세계주의와 민족주의의 대립문제를 다루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통이 14세기 몽골제국 치하의 고려에도 있었다는 가정하에 쓰여진 작품입니다. 당시 글로벌 스탠더드는 몽골이었고 고려인들은 그에 편입되고자 하는 무리와 저항하는 그룹으로 나뉘었습니다. 몽골제국의 글로벌리즘은 영원할 것처럼 생각되었지만 뜻하지 않은 카오스를 만나 붕괴했습니다. 합리주의와 보편주의가 확산될수록 혼돈은 오히려 심화됩니다." '하늘꽃'의 주인공은 몽골과 고려 국경에서 감찰관을 했던 나얀.그는 고려인 반몽 세력을 제압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고려인 지방관에게는 다섯 아들이 있었는데 위의 세 형제는 고려인으로서 민족의식이 강했으나 아래 두 형제는 고려 이름도 없이 몽고인처럼 살았다. 이들 형제에게는 쏠마라는 여동생이 있었다. 반몽 인사인 세 형제를 전장으로 내보내고 친몽 세력인 아래 두 형제에게 권력을 넘겨주려는 나얀.이들 형제의 엎치락뒤치락하는 권력싸움에서 나얀과 쏠마는 부부의 연을 맺고도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쫓겨난 둘째 우르스부카(이자춘)는 돌아와 난을 평정하고 쏠마의 전갈을 받고 나간 나얀은 고려인들의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는다. 이후 나얀은 불교에 귀의하고 쏠마는 둘째 오빠 이자춘의 아내가 된다. 이자춘은 곧 이성계의 아버지다. 이씨는 조선왕조실록 태조총서편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역사에서 사실을 취해 비유로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계몽주의적인 화자의 목소리를 극소화하려고 노력했다며 'telling'이 아니라 'showing'에 치중했다고 덧붙였다. "사마천 '사기'의 힘을 생각합니다. 할 말은 많은데 다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더 잘 말하는 것이 사마천 문장의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가치의 세계는 가변적이고 허무한 것입니다. 저는 소설가로서 역사에서 사실만 취했습니다." 이씨는 "이번 대선은 민족국가 골격을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변하길 원하는 세력과 시장주의적 합리성을 요구하는 세력간의 대결구도가 될 것 같다"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권력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는 젊은 세대에게 이미 넘어갔다"고 말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