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후진국 개발에 눈돌리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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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Development)은 유엔의 존재 이유중 하나다.
유엔은 '세계 평화와 안보'못지 않게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전세계로부터 '평화유지활동'(PKO)만큼의 지속적인 관심을 얻지 못했다.
선진국들은 자연재해나 내란과 같은 대격변이 발생했을 때나 빈국들의 운명에 간헐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개발이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가 되고 있다.
여기엔 두가지 주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세계화다.
세계화는 자유로운 무역과 투자활동으로 국가가 긴밀히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 기술적인 발전으로 즉각적인 통신과 정보교환이 전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두번째 요인은 9·11테러 참사와 이에 따른 여파다.
테러참사는 소외된 지역의 개개인들이 그들의 분노를 기술및 개방된 국경과 결합시켜 한 국가의 심장부를 무자비하게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세계화와 글로벌화된 테러의 교훈은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거리와 시간의 장벽이 사라지면서 지구는 전보다 훨씬 좁은 장소가 됐다.
부유한 나라에서 이뤄진 결정이 가난한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가난한 나라에서 발생한 사건이 부유한 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번영과 정의가 선진국에도 유익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명제는 더이상 논쟁거리가 아니다.
개발이 바람직하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지만 개발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현재 약 12억명이 1달러 미만의 하루소득으로 살아가고 있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1인당 GDP는 독립이후 오히려 감소했다.
아프리카 등에서 창궐하고 있는 에이즈는 오늘의 사회에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을 뿐 아니라 내일의 희망마저 앗아가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추세를 보면 희망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지난 30년간 유아 사망률은 1천명당 1백명에서 50명으로 감소했다.
지난 20년간 하루소득 1달러 미만 생활자수는 약 2억명 줄어들었다.
인도와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등은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아프리카에서도 보츠와나 모잠비크 우간다 등에서는 내전 홍수 에이즈 등 끔찍한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성장하고 있다.
최빈국에서 개발을 이뤄내는 것은 결코 유토피아적인 목표가 아니다.
개발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해당국가 자체의 노력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기에 외부의 지원도 유용하고 촉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많은 국가들이 외부의 투자를 끌어들이고 수출의 기회를 이용할만한 조건과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는 부채탕감과 공적개발원조(ODA)가 개발능력을 키우고 조건을 창조할 수 있는 필수적 요건이다.
기증자와 수혜자 양측에 개선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빈국들은 지속적으로 경제를 개혁하고 부패와 싸우고 인권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부국들은 빈국들의 부채를 탕감하고,적절한 지원과 투자를 늘려나가야 한다.
최근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유엔 개발재원 국제회의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ODA를 늘리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추가지원규모는 실제로 필요한 것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ODA가 지난 10년간 감소추세에 있던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일이다.
개발과 원조를 지지하는 주장이 승리를 거두고 있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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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루이스 프레체트 유엔 사무부총장이 최근 미국 예일대에서 'A New Consensus on Development'란 제목으로 연설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