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구의 'Feel 골프'] 최경주 우승이 남긴 3가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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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의 컴팩클래식 우승을 보고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98년 박세리가 미국 LPGA투어를 휩쓸 때 사람들은 그것을 '기적과 같은 쾌거'라고 했다.
'기적'은 반드시 최초 기록에만 붙여진다.
그 다음부터는 도전 자체가 루틴해지며 가속도가 붙는다.
박세리 이후 김미현 박지은 박희정 장정 등 한국의 여자프로들이 대거 미국땅을 밟았다.
그들은 나름대로 굳건한 위치를 다지고 있다.
이제 한국 여자프로들의 위세는 일본보다 우위에 있고 스웨덴도 차츰 따라잡는 느낌이다.
최경주의 우승으로 남자쪽도 가장 넘기 힘든 고비를 넘어섰다.
일단은 문을 열어 놓았기 때문에 다른 젊은이들도 '심리적 장벽' 없이 그 문을 두드릴 수 있다.
물론 몇 십배 더 어렵고,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남자들도 여자프로들과 같이 하나 둘 미국 PGA투어에 진입할 것이다.
최초 성공자의 가치는 언제나 역사의 물꼬를 바꾼다는 데 있다.
-최경주의 우승은 '대단한 한국인'을 증명한다.
한국과 같이 골프에 배타적인 나라도 없는데 남녀 프로골퍼들이 갑자기 세계 정상에 오르는 것을 보면 정말 불가사의하다.
한국은 골프장이 1백50여개에 불과하고,골프 하는 것이 사치라며 특별소비세를 물리는 나라다.
골프장 하나를 지을라치면 환경보호니 뭐니 해서 온갖 '곤욕'을 치러야 한다.
그린피나 골프채에는 세금이 엄청나게 붙어 있다.
원천적으로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골퍼들은 부킹이나 세금이 서러워 다른 나라로 나가 골프를 한다.
이런 나라에서 PGA투어 우승자가 나왔다.
차제에 특소세나 정리됐으면 좋겠다.
-나이키는 타이거 우즈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의 자질을 간파,무제한 지원했다.
우즈가 프로로 전향하자 나이키는 천문학적 액수를 제시하며 계약을 맺었다.
결과는 누구나 인정하듯 최고의 히트작이었다.
나이키는 스포츠용품 분야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지존'이 됐고 최근에는 골프채까지 만들고 있다.
골프는 알 수 없는 것으로,만약 우즈가 부진했다면 나이키의 투자는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최경주의 우승 장면을 보고 미국을 주 시장으로 삼는 국내 대기업들이 '왜 그를 잡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과 같은 우승 한 번이면 그 광고효과가 본전을 뽑고도 남았을텐데 말이다.
가능성은 차치하고라도 유일한 'PGA투어 선수'라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앞다투어 달려들었어야 하지 않았는가.
본사 객원전문위원·골프스카이닷컴 대표 hksky@golfs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