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웅산 수지

미얀마(옛 버마) 국민들의 가슴속에는 두 사람이 깊이 각인돼 있다. 미얀마의 독립영웅인 아웅산과 민주화 투쟁을 벌이는 그의 딸 아웅산 수지다. 아웅산은 투철한 민족의식으로 오랜 투쟁 끝에 미얀마의 건국을 이루었고,아웅산 수지 역시 군부독재에 항거하면서 미완의 민주주의를 완성시키려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아웅산 수지에 대한 미얀마인들의 애정은 각별한 것 같다. 독립을 목전에 두고 암살당한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추억도 있겠지만,간디의 정신을 살려 비폭력을 고수하는 투쟁방식에 더 호감을 갖는 듯 하다. 두살 때 아버지를 여읜 아웅산 수지는 19세때 영국에 유학,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1988년 귀국하면서 반독재시위에 가담했고 이어 9월에는 민족민주연합(NLD)을 결성하면서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민주와 반민주의 대립각 속에서 치러진 90년 총선에서는 NLD가 친군부세력인 민주통일당(NUP)을 물리치고 압승을 거두었는데 아웅산 수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이듬해엔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군부독재는 눈엣가시인 그녀가 노벨상 수상을 위해 출국하는 것을 막았고 심지어는 내란을 선동한다며 그녀를 여러 번 가택연금시켰다. 문밖 출입을 못한 아웅산 수지가 연금에서 풀렸다는 소식이다. 이번에는 19개월 만이다. 전과는 달리 활동지역의 제한이 없어 주말 집앞에서만 했던 연설회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미얀마정부는 결국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아웅산 수지를 가택연금에서 해제하지 않으면 경제·외교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미얀마는 현재 고실업·고물가에 통화가치까지 급락해 경제위기에 몰려있다. 하루 한끼로 연명하는 빈민가정이 늘어가고 어린 아이들의 영양실조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사정권의 폐쇄경제가 가져온 결과다. 연금에서 풀려난 아웅산 수지가 군부독재종식과 함께 경제를 살릴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아버지에 이어 그녀가 '미얀마의 희망'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