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자) 급감하고 있는 R&D 투자

산업은행이 1백23개 업종 3천1백86개 업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2001년 기업재무분석'결과는 제조업의 경쟁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 부채비율 등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일부 개선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하겠지만,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중이 98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산은의 분석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중은 0.92%로 99년 1.25%,2000년 1.16%에 이어 3년째 하락세에 있다. 특히 이 수치는 97년 1.10%,98년 0.83%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액증가율이 전년의 20.1%에서 2.57%로 대폭 낮아진 가운데 연구개발투자가 무려 18.7%나 감소한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 온 것이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대기업의 연구개발투자가 26.8%나 감소했고,전자부품 영상 음향 통신장비 등 IT관련 업종의 경우는 전년대비 40.8%라는 큰폭의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경기침체로 인한 수익성 악화라든지 구조조정 와중에서 연구개발투자가 1차적인 희생양이 됐음을 시사해준다. 제조업에서 뚜렷이 감지되는 이런 연구개발투자 감소세가 마냥 이어질 경우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은 거세지고 있고,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 제조업체들이 경기변화에 상관없이 평균적으로 3∼4%에 이르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중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이와 관련해 염두에 둬야 할 또 한가지는 앞으로 5년내에 제조업 공동화 압력이 본격적으로 닥칠 것이라는 한 민간경제연구원의 전망이다. 결국 우리 산업이 보다 첨단화되고 고부가가치화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하지만 이것이 하루아침에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고 보면 사전적 대응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기술개발이나 인력투자는 적어도 5년정도는 내다봐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는 얘기가 된다. 자칫 사전준비가 덜된 상황에서 제조업 전반에 걸쳐 공동화 압력이 급격히 밀려올 경우 단순한 생산공장의 공동화 정도가 아니라 기술기반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도 심각히 훼손될 수밖에 없다. 정부로서도 제조업체들의 연구개발투자를 유인해 낼 수 있는 환경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가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에 인색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