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월드컵 때맞춰 파업하겠다니

월드컵 개막 직전인 이달 하순을 총력투쟁기간으로 설정, 연대파업 등을 추진하려는 노동계의 움직임은 아무리 너그럽게 생각하려 해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비상식적인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이 여의치 않을 경우 월드컵 개막일(5월31일)에 총파업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민주노총은 주5일 근무제 쟁취와 기간산업 민영화 저지 등을 위해 오는 22일부터 금속 공공 보건의료 화섬 택시노련 등을 동원해 연대투쟁을 벌이기로 하고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한 상태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 경제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인가에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야 할 시기에 이를 볼모로 하여 오랫동안 논란이 돼온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겠다니, 그 이기적인 발상이 놀라울 뿐이다. 이같은 상급노동단체들의 강경 투쟁기조에도 불구하고 개별사업장의 노사관계가 안정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다. 특히 전국 5백20개 시내.고속.시외버스 노조에 10만여명의 조합원을 품고 있는 전국자동차노조연맹이 어제 '월드컵 기간 무파업'을 선언한 것은 의미가 크다. 올들어 4백여개 사업장에서 노사화합 선언 등은 있었으나 산별연맹단위의 무파업 결의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월드컵 노사평화 선언' 캠페인이 탄력을 받게 됐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노사의 극한대립은 회사발전과 조합원의 권익 증진 어느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자각이 단위사업장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음은 괄목할 만한 일이다. 월드컵은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세계인들에게 우리의 노사관계가 협력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대외신인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수도 있을 것이다. 노동계는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될 월드컵 연계 총력투쟁 계획을 철회하고 노사평화 선언에 적극 동참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