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일자) KDI의 경기둔화 가능성 우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앞으로 우리경제의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대목은 결코 가볍게 보아넘길 내용이 아니다. 정부는 이미 경기과열에 대비한 정책기조의 전환을 천명한 바 있고 한국은행도 지난주 콜금리를 인상,금융긴축에 돌입한 상태다. 그런데 KDI의 경고처럼 국내경기의 회복속도가 둔화된다면 자칫 정책의 과잉대응으로 인한 경기위축을 자초할 우려가 없지않기 때문이다. KDI가 경기둔화 가능성을 제기한 배경은 최근의 반도체가격 하락과 미국경기 회복의 불확실성,그리고 국내외 주식시장의 약세 등이다. 우리의 수출 1위품목인 반도체 가격의 급락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리란 것은 자세히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문제는 최근 발표되는 미국의 경제지표들이 기대 이하의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4월 실업률이 94년 8월 이후 최고치인 6%까지 치솟았고,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에 비해 1.9%가 하락했다. 소매판매와 주택착공건수 등도 악화돼 미국의 주식시장도 3월 중순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참으로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그 시기를 계속 늦추고 있는 점은 우리 정책당국자들이 눈여겨 보아야 할 일이다. 물론 KDI가 경기회복의 감속을 경고하면서 다시 침체로 돌아서리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은 것은 아니어서 지나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또 그동안의 경기회복이 지나치게 내수소비 증가에 주도된 것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경제성장이 서비스업에 주도되거나 주택경기 회복이 부동산 투기로 이어지는 것은 경기회복이 아니라 거품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정책의 미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정책기조의 전환,또는 금리인상의 대전제였던 미국경기의 상승세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불확실해졌다면 우리의 정책대응 자세도 재검토돼야 마땅하다. 한국은행이 지난 7일 콜금리를 인상하면서 '그동안 부진했던 수출과 설비투자도 하반기중에는 상승세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바 있다. 그러나 미국경기가 의외의 불안한 양상으로 진행된다면 그같은 전제 또한 낙관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수출회복을 통한 제조업 성장과 설비투자의 부진을 되살리지 못하면 장기적인 성장잠재력까지 약화시킨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책기조를 재점검해 주기 바란다.